"축구가 밥 먹여줘?" "네, 우승하면요"…이자 더 주는 적금 쏟아진다

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2024.06.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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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팬심' 공략 상품/그래픽=김지영은행권 '팬심' 공략 상품/그래픽=김지영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지난 11일 하나은행 'K리그 우승 적금'에 가입했다. 가입하면서 최씨가 응원하는 축구팀으로 포항 스틸러스를 고르면서 상품 이름이 '포항 우승 적금'이 됐다. 포항이 K리그에서 우승하면 1%P 우대금리가 더 붙는다. 최씨가 포항을 응원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은행권이 축구·야구·아티스트 팬들을 겨냥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충성심 강한 팬층을 고객으로 모시고 자사 앱(애플리케이션)으로 고객의 접속 빈도를 늘리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1일 'K리그 우승 적금'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 중이다. 상품 가입 시 본인이 선택한 K리그 응원팀으로 상품명이 정해진다. 기본금리 연 2.0%에 응원팀 우승 시 1.0%포인트(P) 등 우대금리를 전부 받으면 7.0%까지 적용된다.

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프로축구 K리그 스폰서를 맡고 있다. 모기업인 하나금융그룹도 2020년부터 대전광역시 연고팀인 '대전하나시티즌'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축구를 통한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야구 마니아라면 지난 3월 신한은행이 출시한 '2024 신한 프로야구 적금'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10개 구단 중 응원 구단을 선택해 월 최대 50만원까지 저축하는 12개월 만기 적금 상품이다. 기본금리 2.5%에 우대금리는 최고 1.7%P로 최대 연 4.2% 금리를 제공한다. 특히 응원 구단이 우승하면 1.0%P의 우대금리를 준다.

지방은행들은 지역 연고 고객과 팬을 겨냥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야구에서 기아타이거즈와 축구에서 광주FC 팬심을 다잡기 위한 예적금 상품을 내놓았다. 전북은행도 최대 5%를 주는 JB최강전북 축구사랑 적금을 판매중이다. iM뱅크와 부산은행도 지난 5월말까지 각각 삼성라이온즈,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하는 팬을 위한 적금 특판을 판매한 바 있다.

화력이 센 아이돌 팬심을 공략하는 상품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SM엔터테인먼트와 제휴해 '기록통장 with NCT WISH'를 출시했다. NCT WISH 멤버의 사진으로 통장을 꾸밀 수 있고 저축할 때 멤버들이 남긴 음성 메시지와 직접 그린 이모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은행권이 '팬심'을 공략하는 이유는 충성심 강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상품 저축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NCT WISH의 이름으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하는 캠페인도 진행했는데 하루만에 1억원 한도를 달성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2022년 '하나원큐' 앱에서 브라질과의 국가대표 친선경기 예매 당시 앱 활성 이용자수가 평소 대비 10만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당일 '하나원큐' 앱 설치·가입 건수는 하루 평균 대비 5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가입뿐 아니라 고객이 앱에 머무는 시간도 늘리기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앱에서 축구와 관련한 퀴즈 등 '하나원큐 축구Play'에 참여하면 적금 상품에 1%P 우대금리를 주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축구, 신한은행이 야구, 우리은행이 E-Sports를 지원하며 얻은 광고·홍보효과가 막대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단순 상품 가입에 그치지 않고 충성심 강한 팬들이 앱을 자주 이용하도록 만들어 '록인(lock-in) 효과'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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