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공동매각 참여한다던 카드사, 의사 철회…이유는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4.06.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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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와 함께 부실채권을 공동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한 카드사가 공동매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사진제공=뉴시스캐피탈사와 함께 부실채권을 공동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한 카드사가 공동매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사진제공=뉴시스


캐피탈사와 함께 부실채권을 공동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한 카드사가 공동매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캐피탈사와 달리 이미 자체적으로도 부실채권 매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카드사로 유일하게 참여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20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은행계 카드사는 여신금융협회 주도로 진행하는 부실채권 공동매각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동매각은 여러 금융사의 부실채권을 모아 NPL(부실채권)전문투자회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여신업계에서 공동매각을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여신협회에 공동매각 참여 의사를 밝힌 회사는 캐피탈사 7개와 은행계 카드사 1개 등 총 8개다. 그러나 카드사가 빠지면서 참여사는 7개가 됐다. 여신협회가 예상한 공동매각 규모도 당초 4000억~5000억원에서 3000억~4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은행계 카드사는 내부적으로 공동매각을 검토했다가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참여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동매각될 채권의 종류는 개인차주의 무담보대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캐피탈사가 공동매각에 나서는 이유도 각사가 가진 개인 무담보대출의 규모가 크지 않아서다. NPL전문투자회사는 1000억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려 하는데 캐피탈사는 개인 무담보대출 규모가 작아서 협상력이 떨어진다.



반면 카드사는 자체적으로도 개인 무담보대출을 매각할 여력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카드사는 대출채권 매각을 통해 5848억의 이익을 얻었다. 특히 은행계 카드사는 △신한카드 1070억원 △우리카드 950억원 △하나카드 816억원 △KB국민카드 338억원 등으로 적지 않은 이익을 냈다.

카드사 중 유일하게 공동매각에 참여한다는 사실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드사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업계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매각 여력이 있는 카드사가 공동매각에까지 뛰어드는 건 그만큼 연체율이나 수익성 관리가 급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돼서다.

공동매각 의사를 철회한 은행계 카드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것은 맞지만 적극적으로 들여다본 건 아니었다"며 "공동매각을 통해 파는 것보다 원래 팔던 곳에 파는 게 가격 측면에서 더 낫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여신협회는 공동매각을 진행하기 위해 채권을 평가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역할을 맡을 자문사(회계법인)를 선정하는 작업 중이다. 2~3개의 자문사를 선정하고 나면 참여사와 공동매각 규모를 확정하고 9월 안으로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공동매각 참여를 희망하는 7개 캐피탈사는 대부분 대형사로, 협의 과정에서 참여사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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