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는 너무 비싸고, 공공요금은 너무 싸다…구조적해결 필요"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4.06.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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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오전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의 식료품·의류·집세 등 의식주 물가 수준이 주요국과 비교해 과도하게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공공요금 물가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 물가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선 가격 변동성이 높은 농산물 공급 채널을 다양화하고 공공요금의 단계적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료품·의류·집세 등 의식주 가격수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대비 5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공요금 수준은 27%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창현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장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수준은 크게 높아져 있다"며 "특히 식료품·의류 등 필수소비재의 가격수준이 높아 생활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높은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물가수준이 높거나 낮은 상황이 지속되는 현상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월 두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의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은 1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의 누적 상승률은 16%를 웃돈다.

한은은 소득 수준을 고려한 우리나라의 전체 물가수준은 주요국 평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물가수준은 전세계 27위로 높은 수준이지만 소득수준 또한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다.


/사진제공=한국은행/사진제공=한국은행
한은은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큰 특징으로 품목별 편차가 크다는 점을 꼽았다. 물가가 주요국 평균 대비 과도하게 높거나 낮은 품목이 많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식료품과 의류 비용은 OECD 평균을 100으로 지수화했을 때 각각 156, 161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과일, 채소 등의 물가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주거비 물가수준은 123을 기록했다. 서울의 PIR(소득대비 집값 비율)은 △상하이 △베이징 △방콕 △홍콩 보다는 낮지만 △싱가포르 △도쿄 △뉴욕 보다는 높았다. 반면 전기·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지수는 64로 크게 낮아 품목별 가격이 폭넓게 분포했다.



품목별 가격 격차는 최근들어 확대되는 추세다. OECD 평균 대비 국내 식료품 가격은 1990년 1.2배에서 지난해 1.6배로 올랐다. 공공요금은 0.9배에서 0.7배로 더 떨어졌다.

가격격차가 지속되는 원인에는 높은 농산물가격이 영향을 미친다. 국내 농업의 경우 농경지가 부족하고 영농규모가 영세해 생산단가가 높다. 또 유통비용도 높은 편인 데다 일부 과일·채소는 수입을 통한 공급도 주요국 대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의류가격이 높은 것도 국내 소비자의 브랜드 선호가 강해 고비용 유통경로에 소비가 편중된 영향이 있다. 높은 재고수준도 비용압력으로 작용한다. 반면 낮은 공공요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한 영향이 컸다.



박 팀장은 "앞으로도 고령화로 재정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기후변화 등으로 생활비 부담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재정투입을 통한 단기적 대응보다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은은 필수소비재 가격 안정화를 위해 △공급채널 다양화 △유통구조 개선 △농산물 수입선 확보 △소비품종 다양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공공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팀장은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를 계속 방치하면 공공서비스 질이 낮아지고 현세대의 부담을 미래 세대로 전가하는 세대간 불평등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요금 정상화 과정에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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