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떼서 자사주 모으던 은행원들…"지금 팔래" 인출 몰려 과부하까지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4.06.18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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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선정/그래픽=윤선정


은행주가 올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묵혀둔 자사주를 꺼내 파는 은행원이 늘고 있다. 소득공제 등을 이유로 꾸준히 사놓은 은행주가 박스권을 뚫고 오르자 은행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책임경영을 목표로 주식을 사놓은 CEO(최고경영자)들의 주머니도 넉넉해졌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의 우리사주조합이 보유 중인 주식수(조합계정 제외)는 2601만8646주로 지난해말 대비 55만2112주 줄었다.



증가분을 제외하면 3개월 새 162만8219주가 인출됐다.

우리금융지주도 우리사주조합(우리은행 포함)이 보유 중인 주식이 275만9607주 감소했다.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9.18%에서 8.92%로 하락했다. 우리금융은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다.



우리사주는 우리사주조합에 있는 주식을 자기 주식계좌로 인출하는 과정 등을 통해 시장에 매도할 수 있다.

인출된 주식은 대부분 시장에 팔았다고 볼 수 있다. 한때 일부 금융그룹에서는 인출자가 몰려 과부하가 걸리기도 했다.

은행원들이 묵혀둔 우리사주를 내다 파는 건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이자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대표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급등해서다.


KB금융지주(KB금융)는 올해에만 44.7% 상승했고 △하나금융지주 34.8% △신한지주 15.1% △우리금융지주는 7.3% 올랐다.

은행원 중에서는 소득공제 등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월 30만~40만원어치 매입하는 이가 많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 등을 통한 우리사주 보유는 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액면가 기준 1800만원(액면가 5000원일 경우 3600주)까지 배당소득세도 내지 않는다. 회사도 지원금 등을 통해 자사주 매입을 장려 중이다. 과거 상여금을 주식 형태로 나눠준 경우도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올해 주가가 박스권을 뚫고 올라가면서 매도를 고민하는 직원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책임경영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CEO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현재 신한금융 주식 1만8937주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6월 1주당 3만4350원씩 5000주를 매입했는데 당시보다 주가가 34.5% 상승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지난 4월 5000주를 1주당 4만2000원에 추가 매수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지난해 9월 하나금융 주식 1000주를 1주당 3만9500원에 매수해 현재 총 2100주를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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