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비상 걸린 2금융권, 부실 채권 털어내기 속도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4.06.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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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 부실 채권 정리 규모/그래픽=김지영2금융권 부실 채권 정리 규모/그래픽=김지영


연체율이 높아진 2금융권이 부실 채권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캐피탈·카드사는 올해 3분기 중 8000억원 상당의 부실 채권을 정리할 계획이다. 저축은행도 이달 안으로 1조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털어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캐피탈·카드사의 연체 채권을 4000억~5000억원 규모로 모아 오는 3분기 NPL(부실채권) 전문투자회사에 공동매각할 예정이다. 여신 업계에서 공동매각을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매각 참여 의사를 밝힌 회사는 7개 캐피탈사로, 대부분 대형사다. 공동매각 대상 채권은 개인 무담보 대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여신협회는 채권을 평가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역할을 맡을 자문사(회계법인)를 선정하는 작업 중이다. 2~3개의 자문사를 선정하고 나면 참여사와 공동매각 규모를 확정하고 9월 안으로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여신협회는 이달부터 2600억원 규모의 2차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상화 펀드도 가동한다. 2차 펀드에 출자한 캐피탈사는 9개로, 대부분 금융지주계열이다. 여신협회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2000억원을 들여 2차 펀드를 가동할 계획이었으나 출자에 나선 캐피탈사가 투입 자금을 늘리면서 집행 규모가 확대됐다.



2차 펀드는 사업성이 있는 PF사업장을 선별하고 자금을 집행하는 작업을 최근 시작했다. 2차 펀드는 캐피탈사가 업권의 PF사업장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이기 때문에 집행 대상은 중소형 캐피탈사가 주요 채권자로 참여한 PF사업장이 될 전망이다. 펀드의 자금이 집행되면 중소형 캐피탈사가 해당 PF사업장의 부실 채권을 털어낼 수 있게 되거나 PF사업장의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펀드는 부실 채권을 사들이거나 사업장에 유동성을 불어넣는데 쓰인다.

저축은행 업계는 총 1조원 상당의 연체 채권을 당장 이달까지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18개 저축은행이 개인 무담보, 개인사업자 부실 채권을 1360억원어치 모아 F&I에 공동매각한다. 입찰에 뛰어든 F&I는 우리금융F&I·키움F&I·하나F&I 등 3개다. 저축은행 업계가 조성한 5100억원 규모의 2차 부동산PF 정상화 펀드도 이달 내로 양수도 계약을 마친다. 여기에 더해 개별 저축은행의 대손상각이 3000억원 이상 규모로 이뤄진다.

2금융권이 공동매각, 정상화 펀드 등의 방식을 총동원해 부실 채권을 정리하는 이유는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특히 연체율 10%선이 코앞인 저축은행 업계는 상반기 결산 시점의 연체율을 낮추기 위한 작업에 총력을 기울인다.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말 연체율은 8.8%로, 단 3개월 만에 2.25%포인트(P) 높아졌다. 저축은행은 상반기 중으로 1조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털어내 상반기 결산 시점의 연체율을 약 1%P 떨어트리려 한다.


캐피탈사도 부동산PF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1분기말 캐피탈사의 PF 잔액은 25조4000억원으로 은행·보험사 다음으로 많다. 1분기말 PF 연체율은 5.27%로, 2020년말 0.28%에서 18배 급등했다.

한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처럼 연체율이 높아진 상황은 아니지만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차원에서 대형 캐피탈사가 공동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부실 채권을 1조원 규모로 정리함으로써 연체율이 두자릿수로 높아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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