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집회에서 강희경 비대위원장이 환자들에게 드리는 편지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06.17. [email protected] /사진=김금보
서울대의대 산하 4개 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강남센터)이 무기한 전면 휴진에 돌입한 17일 오전. 서울대의대에서 마련한 행사에서 곽재건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가 단상 위로 올랐다. 곽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 환자를 주로 돌본다. 지금까지 4000명의 환자가 그에게서 진료받았다고 한다.
주치의로서 심적으로 괴롭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는 곽 교수는 그럴 때마다 자신을 위로하고 힘을 불어넣어 준 건 승현이네 가족이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10시간이 넘은 전쟁 같은 수술이 끝나고도 가장 걱정했을 엄마, 아빠가 '승현이 괜찮나요' 묻기도 전에 제게 '정말 고생 많았다'고 이야기해줬다"며 "그럴 때마다 목 디스크가 터져도 허리가 끊어져도 어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나서 수술이 잘 됐다고 외치곤 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어느덧 초등학교에 입학한 승현이에게, 힘든 치료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싫은 소리를 안 한 엄마와 아빠에게 그는 "정말 고맙다"고 거듭 말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휴진 결의 집회에서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가 곽재건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의 환자들에게 드리는 편지글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이날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50% 이상이 전공의 사태 등의 해결을 요구하며 집단 휴진에 나섰다.2024.6.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이어 "5000만 국민 중에 4900만명이 의사 욕하고 매도해도 어깨 쓰다듬어 주며 기운 북돋아 주던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하면서 이 일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저를 보고 이 일에 뛰어들려는 후배들에게는 적어도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해주고 싶다"며 "아무리 얘기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정부를 상대로 이야기 한 번 들어달라고 마지막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휴진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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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수는 "남들은 욕해도 어려운 과정을 함께 넘어온 심장병 환자와 가족들은 '샌님 같은 곽 선생'이 이럴 정도면 뭐라도 (이유가) 있겠지 할 것이라 생각한다. 오래 휴진하지는 못하니 조금만 참아달라"라며 "이상하거나 걱정되는 일 있으면 응급실, 중환자실 다 돌아가고 다른 병원 중환자도 힘이 필요하다면 다 받겠다고 했다. 평범한 의사지만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사람의 생명과 연관된 의료 정책이 탁상공론 정책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 이렇게 떠드는 것"이라고 발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