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휴진은 전공의 파업과 달라…처방 거절당한 환자 사망도"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4.06.1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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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산하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강남센터 등 4개 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파업결의 규탄' 대자보가 붙어있다. /사진=뉴스1 서울대 의대 산하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강남센터 등 4개 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파업결의 규탄' 대자보가 붙어있다. /사진=뉴스1


의대 교수들이 집단휴진을 시작하면서 환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암세포 전이 가능성 때문에 빠른 시간 내 치료를 받아야 할 암환자까지도 검진이나 병원 예약, 치료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부터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내일부터는 빅5 병원들이 휴진에 돌입하게 된다. 이에 4만여명의 환자가 대책 없이 내몰리게 됐다.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가 전화 인터뷰를 통해 환자들의 암담한 속내를 털어놨다. 김 대표는 식도암 4기로, 현재 추적 관찰 중이다.

김 대표는 병원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 선언에 "전공의 파업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며 "대학병원 교수님들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증 질환자들은 항암 방사선뿐만 아니라 그런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후유증이나 부작용 또 전체 방사선, 수술, 항암, 이런 다학제 치료를 해야 한다"며 "여러 과가 모여서 협진하고 전체적으로 지휘를 해나가는 역할인데 이분(교수)들이 휴진한다는 것은 오케스트라를 그만두고 그냥 나가는 것과 똑같아서 환자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공포와 고통이 뒤따른다"고 강조했다.

김현정의 뉴스쇼에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이 출연했다./사진=CBS 캡처김현정의 뉴스쇼에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이 출연했다./사진=CBS 캡처
최근 의료계 휴진으로 중증 질환자도 병원을 예약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4,5월 두 번에 걸쳐 췌장암 환우들 설문조사를 했는데 전체의 70%가 비정상 진료를 하고 있다"며 "중증 암 환자들은 치료 시기나 적절한 시기, 방법 등이 중요한데 그런 것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복지부 쪽에서 사실대로 이야기를 안 한다"고도 전했다.


특히 한시가 급한 암환자들에게 정부와 의료계가 "이해해달라, 기다려달라"면서 뒷전으로 밀리는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불가능한 암에 걸린 환자들이 지금까지 4개월여를 기다렸는데 더 기다리라는 것은 환자들을 죽음의 문턱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중증 희귀질환 진료가 휴진 기간에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정부가 약속했지만 믿을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실제 환자분 중 복수천자(복강내 과량의 액체가 축적되는 것) 2리터이고, 혈액 수치가 7 이하여서 알부민 처방 및 투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고 이틀 뒤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또 췌장암을 발견해 큰 병원 검진을 예약하려는데 하루에 수십통 전화하다가 겨우 검사한 사례도 전했다. 그는 "하루에 20곳에서 많게는 30곳까지 전화했는데 지금 다니는 병원에서 겨우 예약을 잡아 급하게 검사를 진행했고, 첫 항암을 진행하는데도 시간이 지체됐다"며 "항암이 밀리면 늘 불안에 떨어야 한다"고도 전했다.

김 대표는 정부에 "지난 4개월 동안 환자들의 고통과 희생보다 더 중요한 민생이 있냐"면서 "여러 정치 현안만 이야기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이 오가는 이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왜 정치권이 입을 다물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강변했다.

그러면서 이 시기에도 병원에 일부 남아있는 전공의와 교수들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저희 50여명이 손글씨로 감사 편지를 써서 전달했다"며 "지금 남아 있는 교수님들, 정말 용기 있는 분이고 무엇보다도 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다른 의사분들 눈치 안 보시고 의료 현장에 남아계신다고 공언해 주신 분들이야말로 환자를 가장 먼저 생각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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