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AI' 도입하는 은행권..."이제 겨우 걸음마 뗐다"

머니투데이 이병권 기자 2024.06.21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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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챗GPT 얼마나 왔나/그래픽=이지혜금융권 챗GPT 얼마나 왔나/그래픽=이지혜


은행권이 '대화형 AI(인공지능)'를 적용한 서비스를 하나둘 선보이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AI가 직원을 보조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직접 고객을 응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역할도 커졌다. 다만 실제로 대화한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고도화하는 데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화형 AI'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대화형 AI는 챗GPT처럼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서 사람 수준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든 AI다. 지난해부터 은행권이 일제히 관심을 가지면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미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 4월 우리은행이 출시한 'AI뱅커(Banker)'는 고객별 상황에 맞는 우대금리·세금우대 혜택이 반영된 예·적금 상품을 추천해준다. 상품 만기 후 이자와 예상 수령액 등을 계산해주기도 한다. 향후 주택담보대출과 청약 상담 기능까지 AI뱅커에 추가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이 리브Next(넥스트) 앱을 통해 오픈베타서비스(OBT·출시 직전 서비스)로 선보인 'AI 금융비서'도 비슷하다. 음성이나 문자로 말을 걸면 △계좌 입출금 내역 조회와 이체 △금융상품 소개 △필요 서류 안내 등 개인화된 뱅킹 업무를 볼 수 있다.

이밖에 신한은행은 지난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의 내부 PoC(기술실증)을 마치고 현재는 상용화를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도 상황별 응답이 가능한 생성형 AI 기반의 챗봇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보험' 등 개별적인 키워드로 물어봤을 때는 관련된 상품을 잘 안내했지만 키워드를 섞어 '자동차 사고가 났는데 보험을 안내해달라'는 말에는 운전자 보험이 무엇인지 사전적 의미를 알려주는 답변이 돌아왔다./사진=KB국민은행 리브넥스트 앱 캡처 '자동차', '보험' 등 개별적인 키워드로 물어봤을 때는 관련된 상품을 잘 안내했지만 키워드를 섞어 '자동차 사고가 났는데 보험을 안내해달라'는 말에는 운전자 보험이 무엇인지 사전적 의미를 알려주는 답변이 돌아왔다./사진=KB국민은행 리브넥스트 앱 캡처
다만 본격적인 활용까지는 멀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의 은행권 '챗봇'과 비교해 명확한 안내를 해주지만 대답이 제한적이고, 무엇보다 대화의 맥락을 해석하는 능력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컨대 국민은행의 'AI금융비서'에서 '자동차', '보험' 등 개별적인 키워드로 물어봤을 때는 관련된 내용을 안내해줬다. 하지만 키워드를 섞어 '자동차 사고가 났는데 보험을 안내해달라'는 말에는 운전자보험이 무엇인지 사전적인 의미를 알려주는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다.

한 금융권 개발자는 "금융권의 대화형 AI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단계"라며 "환각(허위정보 생성) 현상에 빠지거나 부적절한 말을 할 수 있어서 키워드에 맞는 답변만 하도록 제한해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챗GPT 수준까지 고도화하려면 외부망에서 여러 AI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망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AI 서비스도 고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산분리 완화도 AI 고도화에 긍정적이다. 금융회사가 AI 등을 개발하는 핀테크 등 다양한 비금융 산업 분야의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망분리 완화나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활발해진다면 국내 금융사의 AI 고도화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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