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장녀는 왜 고려아연 주식을 기부하려 했을까?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4.06.1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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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

고 구본무 LG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사진, 47세)가 약 15억원 규모의 고려아연 주식을 지난달 LG복지재단에 기부하려했던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구연경 LG복지재단 이사장/사진제공=경기도구연경 LG복지재단 이사장/사진제공=경기도


17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구 대표는 지난 5월 10일 오전 LG마포빌딩에서 열린 '2024년 2차 이사회'에서 의약품제조 코스닥 상장사인 메지온 (37,000원 ▼850 -2.25%)의 주식 약 12억원어치(3만주)를 기부하기로 한 것 외에 고려아연 (525,000원 ▲15,000 +2.94%) 주식(약 15억원어치)도 기부하려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메지온 주식의 재단 기부 사실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적이 있지만 고려아연 주식까지 기부하기로 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구 대표가 메지온 주식을 기부하려고 했던 이유는 언론보도를 통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정거래 의혹이 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메지온은 구 대표의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와 관련된 2개 펀드(케인홀딩스, 글래머박스)로부터 지난해 4월 19일 500억원을 투자받기로 했다. 두 펀드는 그 해 6월에 대금을 납입하고 총 276만 7017주(9.35%)의 메지온 주식을 취득했다.

BRV의 유상증자 참여가 공시된 당일(4월 19일)에만 이 회사 주가(전일 주가 1만 8010원)가 16.6% 급등했고, 이후 9월 7일(장중 최고점 5만 4100원)까지 4개월여만에 200% 이상 올랐다. 구 대표가 해당주식을 이 회사의 이사회 유증 결의 이전에 매수했다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정행위로 자본시장법 제174조(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위반의 소지가 크다.

코스닥 상장사 메지온의 주가추이, 2023년 4월 19일 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가 발표 이후 4개월여간 주가가 빠르게 상승했다. 이 그래프의 어느 시기에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주식을 매입했느냐에 따라 미공개 정보 이용에 의한 부정행위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사진제공=삼성증권 HTS코스닥 상장사 메지온의 주가추이, 2023년 4월 19일 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가 발표 이후 4개월여간 주가가 빠르게 상승했다. 이 그래프의 어느 시기에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주식을 매입했느냐에 따라 미공개 정보 이용에 의한 부정행위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사진제공=삼성증권 HTS
구 대표는 이같은 논란이 일자 주식 매입시점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해당주식을 LG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지난달 10일 이사회에 '보통재산 수증' 안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LG복지재단 이사진들은 제1호 안건인 '보통재산의 수증건'과 관련, 기부받는 재산이 '범죄수익'인지의 여부가 논란인 상황에서 이주식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 자료를 요구하며 수증을 보류하고, 안건을 다음 이사회로 넘긴 상태다.

당시 이사회 참석자들은 언론에서 논란이 된 메지온 외에 구 대표가 고려아연 주식을 패키지(묶음) 형태로 기부하기로 한 것에 다소 의아해했지만 이에 대한 추가자료를 따로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눈길을 끈 것은 구 대표가 추가로 기부키로 한 고려아연 주식의 경우도 남편인 윤 대표와 관련 있는 에이알티코퍼레이션(Art Corporation: 대표 윤재광)이라는 회사가 200억원어치 주식(4만 1044주, 0.21%)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이사회에 참석한 재단 이사 중 한명은 "그런 사실은 몰랐다"며 "좋은 정보 감사하다. 다만 더 이상의 이사회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19일 메지온의 이사회 결의를 통해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두 펀드의 배정주식수다. 케인홀딩스의 대주주는 BRV로터스 펀드III L.P.이며, 글래머박스(유)의 대주주는 다올이앤씨다. 둘다 윤관 BRV 대표와 관련이 있는 기업이다./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지난해 4월 19일 메지온의 이사회 결의를 통해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두 펀드의 배정주식수다. 케인홀딩스의 대주주는 BRV로터스 펀드III L.P.이며, 글래머박스(유)의 대주주는 다올이앤씨다. 둘다 윤관 BRV 대표와 관련이 있는 기업이다./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구 대표 기부키로 했던 고려아연 주식도...윤 대표 관련 펀드가 200억원어치 매수
LG 장녀는 왜 고려아연 주식을 기부하려 했을까?
구 대표가 메지온과 함께 기부하기로 한 고려아연 주식은 기부 제안 당시 약 15억원 규모다. 이 주식의 매입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에이알티코퍼레이션은 2021년 3월 이후 고려아연 주식 200억원어치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알티는 2021년 3월 자본금 160억원으로 설립된 투자회사로 이 회사가 투자한 종목은 고려아연(200억원)과 LG에너지솔루션(27주, 810만원) 등 2개 뿐이다.

에이알티의 100% 대주주는 중견건설사인 다올이앤씨(Daor E&C, 구 VSL코리아)로 윤 대표와 함께 강남 르네상스 호텔 재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곳이다. 다올이앤씨의 주요주주는 윤 대표와 관련이 있는 마크스앤컴퍼니(유)와 BRV 2개 펀드(BRV Lotus Growth Fund 2015, L. P. BRV Lotus Fund 2012, L. P.)다.

다올이앤씨의 지분 66.7%를 보유한 마크스앤컴퍼니는 유한회사로 주주구성이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윤 대표가 이 회사에 21억원(2019년 국세청 조사자료 기준)을 대여해준 사실이 있고, 이 회사와 합병한 구담원(주)에서 윤 대표의 어머니인 최모씨가 감사로 일한 바 있다.

에이알티코퍼레이션의 윤재광 대표는 과거 윤관 대표가 참여한 르네상스 재개발 시행사인 '멕킨237피에프브'의 대표였고, 현재 BRV가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 언주로의 현담원 빌딩 5층에 위치한 마크일레븐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하다. 현담원 빌딩의 소유주는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대표, 차녀인 구연수씨 등 3인이다.

다올이앤씨, 메지온과 고려아연에 투자...구 대표 투자 시기가 쟁점
에이알티코퍼레이션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매도가능증권에는 고려아연과 LG에너지솔루션이 기재돼 있다./자료=에이알티코퍼레이션 감사보고서에이알티코퍼레이션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매도가능증권에는 고려아연과 LG에너지솔루션이 기재돼 있다./자료=에이알티코퍼레이션 감사보고서
다올이앤씨는 고려아연에 투자한 에이알티의 최대주주일 뿐 아니라 논란이 된 메지온에 지분을 투자한 글래머박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다올이앤씨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고려아연과 메지온에 투자했고, 기부목록을 볼 때 구 대표도 이 두 회사의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알티코퍼레이션이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한 시기와 구 대표의 해당주식 매입시기가 언제였는지에 따라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다올이앤씨, 에이알티코퍼레이션, LG복지재단 등에 구체적 매입시기와 사실 관계 등을 확인요청했으나 모두 구체적 답변을 거부했다. BRV코리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지난 이사회에서 기부하려던 주식이 무엇인지는 구 대표의 개인투자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재단 입장에서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올이앤씨와 에이알티코퍼레이션은 "윤재광 대표나 에이알티 담당자에게 메모를 남기겠다"는 답변만 한 이후 현재까지 답이 없다.

금융당국은 구 대표의 메지온 주식 매입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정한 매매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그 조사 과정에서 고려아연 주식 매입 경위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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