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구리 신행선원장
인류는 물건이든 정보든 폭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야기되는 환경의 변화를 걱정하기 이전에 과연 이렇게나 과잉생산되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인지 걱정스럽다. 어떤 물건이든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수백, 수천 가지 물건이 줄을 선다. 한편에선 이런 과잉된 생산과 소비로 인한 환경파괴를 걱정하고 한편에선 혁신의 이름으로 과잉을 부추긴다. 밤하늘에는 천문학자들이 우려할 만큼 많은 위성과 우주쓰레기가 수도 없이 날아다니고 바다 위에는 한반도의 수십 배 되는 플라스틱섬이 떠다닌다. 우리가 입다가 재활용될 것이라고 믿고 버린 헌 옷들은 아프리카 등지 하천에서 소들의 껌(?)이 돼 환경을 오염시킨다.
인과의 법칙은 단순한 불교적 믿음이 아니라 자연현상이다. 한 배를 탄 인류가 지금까지 벌인 원인들이 큰 순환 속에 환경적 재난이라는 결과로 되돌아온다. 이런 변화와 재난은 신께 기도하거나 원망할 일이 아니라 인류가 당연히 갚아야 하며 극복해 가야만 하는 부채와 같다. 그리고 한편으론 소유와 소비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정보의 활용과 소비 또한 큰 몫을 차지한다.
홍수의 시대에 한 방울의 물을 생각한다. 지구의 탄생보다 수십 배는 오래됐을 한 방울의 물은 투명하고 말 없이 그 역사를 품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인간들아 지구를 걱정하지 마라. 너희들이나 걱정해라. 지구가 뜨겁거나 차거나 지구는 자연스러울 뿐이다. 그 속에 위태한 것은 일정한 순환 속에 진화해온 모든 생명이다. 우리는 1~2도만 기온이 변해도 덥다 춥다 잔망스럽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생명이고 그것에 죽고 사는 것이 생명이다. 자연에 대한 공포를 더 이상 경험하기 전에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면 좋겠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부터 해당하는 일이다. 작은 생각 작은 실천이 모이고 모여서 더 큰 재난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며 이 홍수의 시대에 한 방울의 물을 아껴본다.(혜원 구리 신행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