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돈을 제돈인 양…견미리 남편, '주가 조작' 무죄 뒤집혔다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2024.06.16 09:00
글자크기
10일 오후 서울 남산 헤르지아에서 가진 영화 거북이달린다의 견미리 인터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10일 오후 서울 남산 헤르지아에서 가진 영화 거북이달린다의 견미리 인터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허위 공시로 주가를 조작해 수십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배우 견미리씨의 남편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씨는 2014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자신이 이사로 있는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유상증자로 받은 주식을 매각해 23억여 원 상당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유명 연예인이자 자신의 아내인 견씨의 자금이 투자되고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되는 것처럼 공시해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호전되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견씨가 실제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견씨 명의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투자자를 모집하고 이 사건 범행 전반을 기획·실행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유상증자시 배정 대상자로 공시된 사람을 그대로 공시한 것은 적법한 것이었고 그 외 일부 허위 공시가 있었지만 실제 주가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수사가 이렇게 된 건 이씨가 과거 주가조작 전과가 있어 수사기관의 선입견이 작용했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씨 등이 중대한 허위 사실을 공시했다고 판단해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앞서 A사의 대량 보유보고서에는 견씨의 신주 취득자금 약 6억원이 자기자금(예적금)이라고 기재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견씨의 취득자금 약 6억원 중 2억5000만원은 차용금으로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A사의 새로운 공동경영자로 등장한 이씨의 아내 견씨가 경영권 영향 목적이 있음을 명시하면서 거듭 유상증자를 추진하던 A사의 주식 보유 비율을 수개월째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들의 신주 취득자금이 자기자금인지 차입금인지, 차입금이 포함돼 있다면 어느 정도이고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없는지 등은 투자자들이 A사의 주식을 거래할 것인지 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라고 지적했다.

주식을 살 때 자기 돈이 아닌 빌린 돈으로 샀다는 사실은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주식인수대금을 차입했는데도 자기자금이라고 기재한 부분은 자본시장법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 중 제1항 제2호에 해당한다고 봤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 또는 표시하거나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중요사항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그 밖의 기재 또는 표시를 사용해 금전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는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시 자금을 투자할 중국 업체와 방법 등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특정업체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이 확정된 것처럼 공시하고 중국 투자자에게 원금보장 또는 손실담보 명목으로 주식을 저가에 넘겨주기로 한 사실을 감추고 정상적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것처럼 공시한 것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