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리는 저축은행 '서민 어쩌나'…주·자담대 늘리고 신용대출 축소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4.06.16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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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신용담보대출 상품 개수/그래픽=윤선정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신용담보대출 상품 개수/그래픽=윤선정


저축은행이 담보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크게 내리며 주담대 고객을 유인 중이다. 다른 저축은행은 자동차담보대출(자담대)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돈을 벌기 위한 조치이나 상대적으로 신용대출을 소홀히 하면서 서민금융이라는 취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이달 주담대 금리를 기존보다 최고 2.1%포인트(P) 낮췄다. 인하된 금리에 따라 사업자 고객은 5.54~14.95%, 개인 고객은 5.54~11.95%의 금리로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SBI저축은행이 금리를 낮춘 건 주담대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다.



주담대를 취급하는 저축은행도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4월 저축은행이 신규 취급한 아파트·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수는 79개였지만 올해 4월엔 94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상품의 수가 92개에서 85개로 줄면서 상품 개수가 역전됐다. 저축은행의 주담대는 은행과 달리 대부분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나간다. 개인사업자가 사업 자금을 빌리기 위해 주택을 담보로 내놓는 형태다.

저축은행이 신용대출 대신 주담대를 확대하는 건 상대적으로 건전한 자산이어서다. 높은 금리의 신용대출을 취급하면 높은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현재 저축은행은 수익성 확보보다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8%로, 지난해말 6.55%에서 3개월 만에 2.25%P 높아졌다. 높아진 연체율로 대손충당금 규모가 늘어나며 올해 1분기 1543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웰컴저축은행을 포함해 일부 저축은행이 자담대를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것도 주담대 확대와 같은 이유다. 자담대는 본인 명의로 된 차량을 담보로 실행하는 대출이다. 신용대출과 비슷하게 최대 1억원 내외 한도로 대출을 내주지만 차량을 담보로 잡고 있어 신용대출 대비 안전하다.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아 이자가 저렴하고 소득 증빙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객 수요도 자담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3월말 1135억원에서 올해 3월말 7321억원으로 545% 급증했다. 동산담보대출의 상당수는 자담대로 구성된다. 상상인저축은행도 올해 들어 오토론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전체 대출에서 동산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월말 12%에서 올해 3월말 15%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스마트저축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1870억원에서 2105억원으로 13% 늘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업황이 너무 안 좋은데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보니 신용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담보대출을 늘리고 있다"며 "예대마진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고객을 끌어오기에 용이한 상품이 담보대출"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더이상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로 돈을 벌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찾게 된 다른 대안이 자담대"라며 "최근에 각 회사에서 자담대를 주력 상품으로 삼게 되면서 동산담보대출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저축은행들이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을 많이 취급하다보니 주택이나 자동차 등의 담보가 없는 서민들은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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