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또 다른 전면전?…헤즈볼라 "이, 전장에서 기다리라"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24.06.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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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대원들이 지난 4월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연례 친팔레스타인 집회에서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뉴스1헤즈볼라 대원들이 지난 4월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연례 친팔레스타인 집회에서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뉴스1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대규모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으로 확대돼 지역적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이하 각 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 고위 당국자인 하심 사피 알딘은 전날 헤즈볼라 지휘관 탈레브 사미 압둘라의 장례식에서 "탈레브의 순교 이후 우리의 대응은 강도 및 양과 질적 측면에서 작전을 강화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향해 "적이 전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게 하라"고 말했다.



압둘라는 지난 11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으며 시신은 12일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남부에 위치한 헤즈볼라 본거지로 옮겨졌다.

앞서 이날 오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대규모 로켓 공격을 가했다. 헤즈볼라는 압둘라 살해에 대한 보복으로 군사기지 두 곳에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으며 레바논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약 215발의 발사체가 발사됐다고 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여왔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이뤄져야만 전쟁을 멈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AP는 "이로 인해 지역적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레바논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국경 지역에 3일(현지시간) 밤 로켓을 발사하자 이날 골란고원과 가까운 이스라엘 최북단 도시 키르야트 시모나의 야산에 불이 붙었다. 2024.06.03.  /로이터=뉴스1레바논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국경 지역에 3일(현지시간) 밤 로켓을 발사하자 이날 골란고원과 가까운 이스라엘 최북단 도시 키르야트 시모나의 야산에 불이 붙었다. 2024.06.03. /로이터=뉴스1
이런 가운데 양측의 충돌이 지금까지 전면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약 30년 전 양측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교전 규칙'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이 교전 규칙은 1993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을 끝내기 위한 워런 크리스토퍼 당시 미국 국무장관의 비공식 중재 하 구두 합의로 탄생했다. 이 합의에 따라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민간인 표적을 공격하지 않기로 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NBC방송은 "이 규칙은 비공식적이었으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국경 너머에 머무는 한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헤즈볼라의 저항에 대해 이스라엘이 일정한 정당성을 부여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중요한 선례"라고 짚었다. 이후 3년 뒤 또 다른 폭력 사태가 불거지자 이 같은 교전 규칙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 문서화되기도 했다.

헤즈볼라의 2인자 나임 카셈은 지난달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현재 레바논 남부에 설정된 교전 규칙을 위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공격을 강화하면 우리도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싱크탱크 카네기 중동센터의 리나 카티브 소장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저항' 세력으로 자신들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교전 규칙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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