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에 10년 운영리스크…대책 찾는 은행권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4.06.14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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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BIS 기준 보통주 자본 비율/그래픽=윤선정5대 시중은행 BIS 기준 보통주 자본 비율/그래픽=윤선정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시중은행의 자본비율이 앞으로 10년간 발목이 잡힐 위기인 가운데 금융당국이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전제로 자본비율 부담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콩 ELS로 은행권이 거액의 배상금을 물고 추가로 과징금까지 내면 원칙적으로 운영 리스크를 2033년까지 반영해야 한다. 다만 은행들이 투자자와 소송전을 벌이면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운영 리스크를 계속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19일 열리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자본비율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 3월말 기준 KB국민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보통주 자본비율은 14.37%로 지난해말 14.91% 대비 0.54%포인트(P) 하락했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16.06%에서 15.64%로 0.42%P 떨어졌다. NH농협은행도 15.43%에서 15.06%로 0.37%P 하락했다. 홍콩 ELS 불완전판매로 배상금 지급을 위해 1조8000억원 규모의 충당 부채를 쌓은 영향이다.



홍콩 ELS 배상금이 일회성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은행권 자본비율 하락을 예의주시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국제기준에 따라 대규모 배상금이나 과징금, 소송비용 등이 발생하면 앞으로 10년간 '손실사건' 운영 리스크를 자본비율에 반영해야 한다. 홍콩 ELS 제재에 따라 앞으로 조단위 과징금까지 물면 운영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자본비율 하락으로 배당확대 정책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최근 터진 은행권 금융사고도 자본비율에 부담요소다. 우리은행의 100억원대 횡령과 농협은행의 110억원대 배임 등 금융사고 역시 장기 운영 리스크에 반영돼 10년 자본비율에 악영향을 준다.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들은 홍콩 ELS 사태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금융당국에 운영 리스크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다. 은행업 감독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장이 동일위험이 재발할 위험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운영 리스크 예외를 인정할 수 있어서다. 우선 은행들이 홍콩 ELS 관련 사업부문을 폐지하는 경우 금감원의 판단에 따라 운영 리스크를 아예 배제할 수 있다. 이와 달리 PB(프라이빗뱅크) 등 특화채널 등을 통해 홍콩 ELS 판매를 재개하되 금융당국의 눈높이에 맞는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한 경우에는 운영 리스크 반영기간을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ELS 판매중단을 결정한다고 해도 '사업부문 폐지'의 범위가 어디까지냐를 두고 논란이 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론 PB등 특정 채널에서만 판매하는 식의 재발방지대책을 통해 운영 리스크를 3년으로 단축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운영 리스크 반영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려면 진행 중인 소송이 없어야 하는 전제가 있다. 은행들이 홍콩 ELS 투자자와 배상문제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없다.투자자와 마찰을 빚지 않는 게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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