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대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반박"…호소도, 절규도 소용 없었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2024.06.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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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쿠팡(주) 및 씨피엘비(주)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 및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쿠팡(주) 및 씨피엘비(주)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 및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기업 생존을 위해서라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적극 반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의 자사상품(직매입상품·PB상품) 우대 행위 등에 관한 1차 전원회의.

강한승 쿠팡 대표는 이렇게 호소했다. 하지만 강 대표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 반박과 절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쿠팡과 쿠팡의 100% 자회사로 PB(자사브랜드) 상품을 납품하는 씨피엘비(CPLB)에 과징금 1400억원과 법인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전원회의는 법원 1심 기능을 하는 공정위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한기정 공정위원장과 조홍선 부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5명, 외부인사인 비상임위원 4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사건 제재 여부와 제재 수위는 전원회의가 끝난 뒤 위원들 간 비공개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그만큼 지난달 29일과 이달 5일, 2차례 열린 쿠팡 제재 관련 전원회의는 양측의 치열한 공방 속에 진행됐다.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례적으로 많은 참관인과 다수의 유통기업 관계자들이 방청했다.



1차 전원회의가 끝날 무렵 강 대표는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강 대표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고객을 PB 상품으로 부당 유인시켰다는 공정위 주장에 억울함을 표했다.

그는 "쿠팡랭킹순 기능이 없으면 판매량, 가격순으로만 검색할 수 있는데 판매량순으로 검색하면 기존 대기업, 독과점 상품만 노출돼 중소기업 업체 노출 기회가 봉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순으로만 하면 품질과 서비스 입증이 안돼 값싸지만 품질과 서비스 보장이 안 되는, 몇 번 쓰고 나면 품질에 실망하고 떠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대표되는 C커머스(중국 직구 플랫폼)와 경쟁하는 국내 유통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과도한 제재는 안 된다고도 호소했다.


강 대표는 "온라인 유통업계는 어느 산업보다 경쟁적으로 중국 알리, 테무가 1년만에 국내에서 급성장한 게 그 사례"라며 "이런 치열한 경쟁적 시장에서 양질의 상품을 가장 좋은 가격에, 가장 편리한 서비스로 지속적으로 제공 못하면 경쟁에서 못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이기도 한 강 대표는 "기업인이기에 앞서 법조인으로 평생 살았고 법률 준수를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고도 했다.

쿠팡 측 법률대리인 김앤장은 파워포인트 PT(프레젠테이션)를 통해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온라인 플랫폼의 PB상품 우대 행위 제재가 과도한지 여부였다.

김앤장은 미국 등 주요국에선 온라인 플랫폼의 PB 자사우대 행위를 제재 안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규제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공정위 측은 해외 경쟁당국도 온라인 플랫폼의 PB상품 노출과 관련한 불공정행위를 적발·제재하는 추세라고 맞섰다. 예컨대 EU(유럽연합)의 경우 아마존이 추천 판매자를 띄우는 '바이 박스(Buy Box)' PB 상품을 우선 노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유통업의 본질이 '상품 추천'에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위원들은 쿠팡의 PB 상품 밀어주기가 입점업체와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막았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오프라인에서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선정 과정에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않은 기준이 작용한다면 문제가 되는 것처럼, '쿠팡랭킹'의 알고리즘을 조작한 건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2차 전원회의에서도 양측의 공방은 이어졌다. 쿠팡 측은 쿠팡랭킹 산정의 근거가 되는 알고리즘 조작은 없었으며 알고리즘 권위자로부터 검증도 마쳤다고 주장했다. 또 임직원들이 리뷰를 단 상품과 리뷰를 달지 않은 상품 간 평점 차이가 0.14점에 불과해 조직적으로 리뷰를 관리했단 공정위 주장도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전원회의에서는 이번 사건이 PB상품 규제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쿠팡 측은 "유통 업체가 옳다고 사업적으로 판단하면 인정해 줘야 한다"며 "(이번 심의는) PB 상품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향후에 오픈라인 매장의 (PB) 상품 진열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돼서 진열 자체가 제한되거나 이런 경우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원회의 위원들은 쿠팡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1400억원의 과징금과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

쿠팡은 즉각 항소 입장을 나타냈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전세계 유례 없이 '상품 진열'을 문제 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유감을 표하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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