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의 봄날은 언제쯤 올지. 꽃피는 계절에 가족과 오롯이 꽃놀이를 즐길 날은 또 언제일지. 기록의 힘으로 노라에게도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귓가에 꽃을 꽂고 포즈를 취한 노라./사진=팅커벨프로젝트
쪼그만 점박이는 무릎에 올라오고, 털이 북슬북슬한 개는 얼굴을 핥고, 갈색 강아지는 따뜻이 몸을 비빌 때. 그리 친구들이 귀를 젖히고 반갑다고 난리가 났을 때.
의젓하고 그윽한 옆모습. 어찌나 이리 어른스러운지./사진=팅커벨프로젝트
사람 손길을 좋아해 이리 애교도 많다. 발라당 누운 노라. 눈 위 두 개의 흰 점도, 눈처럼 보여 귀엽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이 아이 이름은 뭔가요, 대표님."
팅커벨프로젝트 입양센터에 간 기자. 친구들이 벌써 양쪽 무릎 하나씩을 차지할 때, 노라는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손을 내밀어주니 다정하게 배를 보였다. 천천히 쓰다듬어 주니 좋아했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노라도 이리 오렴, 뒤에만 있지 말고. 그리 말하며 손을 조심스레 내밀었을 때, 노라가 천천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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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발라당, 뒤집더니 배를 보여주었다. 보드라운 털을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사랑받고픈 마음은 다 같은 거였다. 다만 마음을 꺼내놓는 게 친구들보다 느렸을 뿐.
버려진 길바닥에서, 세 강아지 '엄마'가 되었다
노라가 길에서 새끼 세 마리를 돌보다 구조돼 시 보호소에 들어왔을 때 모습. 귀가 잔뜩 내려간 채 겁 먹은 표정./사진=팅커벨프로젝트
길에서 구조돼 시 보호소로 왔다. 아직 꼬물이였던 새끼들은 빠르게 입양되었으나, 당시에도 4살로 추정되었던 노라는 보호소에 그대로 남겨졌다.
모든 유기견에게 똑같은, 공고 기한 10일이 주어졌다. 그 안에 자신을 살려줄 가족을 찾아야 했다. '하늘의 별 따기'였다. 열흘이 쏜살같이 또 속절없이 지나갔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 구조돼 다행히 안락사를 막았단다. 이후 팅커벨프로젝트 입양센터에서 지내게 되었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인연이 닿아, 유기동물 구조 단체인 팅커벨프로젝트에서 노라를 품어주었다. 그게 2021년 무더운 여름이었다. 이곳 입양센터에선 안락사 염려 없이, 입양 갈 때까지 계속 살 수 있었다. 평생을 책임져주면서도,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돕는 '임시 보호'인 셈이었다.
팅커벨 입양센터에서 지내며 마음을 회복했는지, 내려갔던 귀도 쫑긋해진 노라. 환히 웃고 있다. 그래서 좋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동생들 싸움 말리고 괜찮나 살펴보던…'속 깊은 개'
친구들과도 이리 잘 지내고, 길에서 새끼들을 돌봤던 기억 때문인지 유독 잘 챙긴다고. 곁에 나란히 엎드린 노라와 냉이(아래 하얗고 복슬복슬한 개)/사진=팅커벨프로젝트
아기 강아지 둘(왼쪽 탄탄이, 오른쪽 용이, 둘다 입양)을 돌보느라 힘을 쭉 뺴던 노라(왼쪽)./사진=팅커벨프로젝트
"아이들끼리 장난치고 놀다가 과해서 '깨갱' 소리가 날 때가 있어요. 저희가 달려가 살펴보기도 전에 노라가 이미 가 있어요. 놀란 친구에게 다가가 괜찮은지 살피고요. 사이가 좋지 않은 녀석들끼리 싸울 것 같은 조짐이 보이면, 노라가 두 친구 사이에 들어가요. 그러지 말라고 말립니다. CCTV를 돌려보지 않아도 당사자가 누군지 알아요."
노라에게 장난치는 탄탄이. 노라는 이를 너그럽게 받아준다고./사진=팅커벨프로젝트
개 육아는 힘들다, 네 발 쭉 뻗고 누워 쉬고 있는 노라./사진=팅커벨프로젝트
예쁨 받고 싶지만 나서진 못해, 떠나는 뒷모습만 보았다
가만히 누워 만져주는 이에게 애교 부리는 노라. 의젓하고 착해도, 따스한 가족 품이 필요하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친구 냉이와 장난치는 성격 좋은 노라./사진=팅커벨프로젝트
산책하며 헥헥거리는 노라 모습./사진=팅커벨프로젝트
"둘이 즐겁게 놀았어요. 그런데 노라가 보호자 냄새를 맡으러 가니, 글쎄 강아지가 노라를 잔뜩 경계하며 지키는 거예요. 사랑을 듬뿍 받더니 지켜야 할 보호자가 생겼구나, 느꼈지요. 많은 걸 보고 경험했을 강아지의 1년과, 입양센터에서 지낸 노라의 길었을 1년이 겹쳐 마음이 짠했습니다. 눈치 빠른 노라라서, 자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아서요."
우리 노라는, 마음을 여는 데 시간도 필요하지만, 이리 쓰다듬어 주는 걸 실은 많이 좋아한답니다./사진=팅커벨프로젝트
귀를 한껏 젖힌 채 반가움을 표현하는 노라./사진=팅커벨프로젝트
"노라와 지내보면 강아지보단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것도 꽤 의젓한 사람 같습니다.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좋은 친구 말이지요. 노라와 함께 센터에 들어와 3년간 동고동락한 '동수'도 7월에 입양 갑니다. 진심으로 노라에게도 좋은 가족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노라가 떠나면 빈자리가 크고 많이 보고 싶겠지만요."
※ 우리 '노라'의 평생 가족을 기다립니다(자랑 및 소개 시간)
또 공놀이를 좋아하고, 노즈워크(개가 코를 써서 하는 후각 활동)도 잘하고, 규칙을 금방 이해할 만큼 똑똑한 친구이고요.
입양 문의는 팅커벨 입양센터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