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똥 튈라"...쿠팡 1400억 과징금 폭탄에 유통사 '긴장'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4.06.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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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몰 검색 알고리즘, 상품리뷰 관련 리스크 부각
PB 상품 시장 위축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 지적도

쿠팡 김범석 의장. /사진=머니투데이DB쿠팡 김범석 의장. /사진=머니투데이DB


"검색 알고리즘까지 일일이 문제 삼은 것은 과도하다", "앞으로 PB(자체 브랜드) 상품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자기 상품(직매입, PB상품) 검색순위 상위 고정 노출 및 임직원 구매 후기 작성(이하 임직원 바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판단하고, 잠정 과징금 1400억원과 검찰 고발을 결정한 것에 대해 유통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가 일단 이번 사건을 쿠팡만의 문제로 인식하고,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다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과 선을 긋고 있지만 온라인몰에서 자기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는 게 모두 위법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다.

PB 가공식품 판매량이 많은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상품 리뷰를 쓴 것은 분명히 잘못된 행위지만, 공정위가 검색순위 알고리즘까지 문제 삼은 건 과도한 것 같다"며 "검색 빈도, 판매량 등을 고려해 상품별로 순위 가중치를 설정하는 것은 플랫폼 운영자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몰에서 라면을 사려는 소비자의 경우 보통 '라면'이란 검색어보단 신라면, 진라면 등 시장 점유율이 높은 NB 브랜드를 검색하는 비중이 높다"며 "PB 상품을 주력 판매하는 할인 프로모션 기간 등에는 평소보다 관련 상품 노출을 많이 시켜야 할 필요성도 있는데, 이를 알고리즘 조작으로 본다면 영업이 어렵다"고 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공정위가 오프라인 매장의 PB 상품 진열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현재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PB 상품 매출 비중은 10~15% 내외로 알려졌다.

한 대형마트 업체 관계자는 "공정위가 PB 상품 온라인 플랫폼 검색순위와 오프라인 매장의 진열을 전혀 다른 성격으로 판단한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라면서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 PB 상품 진열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혀 관련 리스크를 해소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자사 PB 상품에 대해 우호적인 후기를 작성했다고 지적한 공정위의 조사 자료. /자료=공정거래위원회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자사 PB 상품에 대해 우호적인 후기를 작성했다고 지적한 공정위의 조사 자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다만 최근 온오프라인 유통을 병행하는 업체가 보편화한 현실에서 오프라인 업체가 운영하는 온라인몰에선 PB 상품 노출 빈도 문제가 지속적인 문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는 이날 "PB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의 PB 상품 노출 문제는 해소됐지만, 이런 상품 구성 문제를 온라인몰로 옮기면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어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한 유통사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유통사들이 대형 제조사들의 독과점 상품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인 PB 상품이 위축돼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어 우려된다"며 "PB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중소 제조사들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EU(유럽연합) 경쟁 당국의 아마존 자기 상품 우선 노출을 시정명령 하는 등 국제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플랫폼의 자사 우대 행위 규율은 신중해야 한다는 국제 경쟁법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공정위가 주최한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 최재필 미국 미시건주립대 석좌교수는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효과를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에서 자사 우대 행위가 항상 경쟁 제한적인 것은 아니므로 세부적인 내용과 시장 조건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희은 메타 아시아태평양본부 경쟁정책 총괄 변호사는 "자사 우대 행위 자체가 위법한 게 아니라, 그에 따라 차별 취급이 있거나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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