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조롱하는 한국, 성평등 지수 146개국 중 94위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4.06.13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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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어떻게 한국에서 더러운 말이 됐나'라는 제목으로 2021년 게재된 미국 외교지 더 디플로맷의 기사. /사진=더 디플로맷 인터넷사이트 캡처페미니즘은 어떻게 한국에서 더러운 말이 됐나'라는 제목으로 2021년 게재된 미국 외교지 더 디플로맷의 기사. /사진=더 디플로맷 인터넷사이트 캡처


한국이 '성 격차 지수(Gender Gap)' 국가별 순위에서 전체 146개국 중 94위를 기록해 또다시 낙제점을 받았다.

한국의 20대가 '젠더 갈등'을 빚고, 페미니즘을 원래의 뜻이 아닌 성별 갈라치기 용어로 사용하는 문화가 팽배한 가운데 나온 결과다.



국어사전에서는 페미니즘을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는 메갈리아, 워마드와 같은 극단적 온라인 커뮤니티를 20대 남성들이 페미니즘의 대표 격으로 받아들이면서 반페미니즘 정서가 전반적으로 퍼졌다.

정치권에서 선거철마다 진행되는 성별 갈라치기도 원인 중 하나다. 이로 인해 정작 한국 사회의 차별 해소, 사회 통합 등 과제는 한층 더 멀어지고 있다.



13일 세계경제포럼(WEF)이 전날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성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9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11계단 올랐지만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보고서는 경제, 교육, 건강, 정치 등 4개 영역에서 성별 격차를 분석하고 정량화한다. 격차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100%로 상정해 성평등 달성률을 측정한다.

한국의 2024년 성평등 지수./사진=WEF 보고서한국의 2024년 성평등 지수./사진=WEF 보고서
한국의 경우 '정치 권한'에서 성별 격차가 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정치 권한에서 성평등 달성률이 22.5%에 불과했다. 교육(94.9%)·건강(96%)·경제(60.5%) 분야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과거 한국이 '남아 선호사상'으로 인해 여아를 골라 낙태했던 것과 비교하면 태어날 때 성별 비율은 거의 동등해졌고 교육 수준도 비슷해졌다. 그러나 기업의 주요 임원진 중 여성 비율이 낮고 국회의원이나 주요 시도 지사 등의 비율도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분야에서 완전한 성평등이 달성되기까지의 기간을 햇수로 환산하면 교육은 20년·경제는 152년·정치는 169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포함된 동북아시아 국가들을 살펴보면 중국이 106위·일본이 118위로 세 나라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다. 동북아에서 완전한 성평등이 달성되는 시점은 2205년으로, 181년 남았다.

1위는 아이슬란드로, 최근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다. 대부분 성평등 달성률이 높은 국가들은 유럽 국가들이었다.

한편 WEF는 이번 보고서에서 146개국의 성평등 달성률을 지난해와 비슷한 68.5%로 발표했다. 이어 현재의 발전 속도로 볼 때, 세계가 완전한 평등에 도달하기까지는 1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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