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곳 중 1곳 "이사 충실의무 확대시 M&A 철회"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홍재영 기자 2024.06.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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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정책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4.06.12.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정책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4.06.12. [email protected] /사진=권창회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추가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경제계는 이같은 법 개정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코스피 75개사, 코스닥 78개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하고 12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4.5%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M&A(인수합병)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아예 '철회·취소' 하겠다는 응답은 8.5%에 달했다. 기업의 66.1%는 상법 개정 시 해당 기업은 물론 국내기업 전체의 M&A 모멘텀을 저해할 것으로 판단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이사의 책임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현행 형법상 배임죄 등의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사의 책임까지 가중되면 장기적 관점의 모험투자 등을 꺼리게 돼 오히려 밸류업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제도 도입 시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은 61.3%에 달했다. 실제로 연간 업무상 배임죄 신고건수는 매년 2000건 내외로 발생한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기업들도 주주보호를 위해 많은 제도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규제를 강화해 경영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는 이날 여의도 금투센터 불스홀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을 언급한 이후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축사에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전체주주가 아닌 회사나 특정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 및 주주의 이익 보호'로 확대하는 방안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경영판단을 한 경우 민형사적으로 면책받을 수 있도록 '경영판단원칙'을 명시적으로 제도화한다면 기업경영에도 큰 제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관련 기업 우려사항/그래픽=김지영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관련 기업 우려사항/그래픽=김지영
전문가들은 법규를 통해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를 막고 일반주주의 이익 및 권리 강화를 규율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국내 상장기업 거버넌스의 핵심 문제는 주주간 이해충돌 및 부의 이전 등 회사법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주로 공정거래법으로 이를 규율해 온 한계점이 있다"며 "주주간 이해 충돌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사법에 일반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현승 고려대 교수는 "지배주주가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며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 기업 인수 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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