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4곳,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냈다…10년來 최대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김주현 기자 2024.06.13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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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계대출 잔액 2개월 연속 증가…주담대 증가폭 확대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사진제공=뉴스1 /사진=(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사진제공=뉴스1 /사진=(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 갚기조차 벅찬 기업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사정도 팍팍한 건 마찬가지다.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중심으로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3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3만2032곳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40.1%로 나타났다. 1년 전(34.6%)보다 5.5%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통계작성을 시작한 2013년 이후 최고치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로 100%보다 낮으면 벌어들인 돈보다 갚아야 할 이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이 1년간 나타나면 '일시적 한계기업', 3년간 이어지면 '한계기업' 또는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 기업 비중은 2022년 38.9%에서 2023년 31.7%로 줄었다.

전체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19.5%로 전년(443.7%)보다 크게 하락했다. 영업이익률 하락과 금융비용부담률 상승 영향이다.

강영관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차입금 평균 이자율이 상승하고 금융비용 부담률도 상승한 데 반해 매출영업이익이 하락하면서 이자보상비율이 하락했다"며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수 비중 40.1%는 상당히 높은편"이라고 말했다.


기업 마진을 보여주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3.8%로 전년(5.3%)보다 1.5%p(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성장에도 애를 먹었다.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은 -2%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이 2022년 16.4%에서 2023년 -2.7%로 뒷걸음질쳤다. 특히 IT(정보기술) 업황 둔화에 따른 반도체 경기 부진 영향으로 전자·영상·통신방지 매출액이 15.9% 감소했다.

비제조업도 운수·창고업,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이 1.2% 감소했다.

다만 기업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2023년 말 기준 기업 부채비율은 102.6%로 전년(105%)보다 2.4%p 하락했다. 차입금 의존도(28.8%)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은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올해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 팀장은 "2024년에는 금융부담이 완화되고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6조원 늘어난 110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올해 가계대출 1~5월 누적 증가액은 14조5000억원이다. 1~5월만 놓고 보면 예년에 비해 증가세가 크지 않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다만 지난달 주담대는 5조7000억원 증가하며 전월(+4조5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주택거래가 늘면서 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주택도시기금(HUG) 정책대출이 이차보전 방식으로 공급된 영향이다.

기타대출은 가정의달 등 계절적 자금 수요 영향으로 3000억원 증가했다. 전월(6000억원)보다는 증가폭이 줄었다.

원지환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 잔액 자체는 사상 최대치이지만 경제가 성장하면서 부채 잔액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잔액 규모보다는 증가 속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증가율 자체는 명목 GDP 성장률 안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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