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식사 중인 손님들. 사진=정세진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도경씨(52)는 2021년부터 소주 1병을 1000원에 팔고 있다. 맥주는 2000원이다. 김씨도 다른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COVID-19)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매출이 크게 줄었다. '위드 코로나'로 방역정책이 바뀔 때쯤 김씨는 '술값 평생 이벤트'를 결심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동안 '소주 1000원·맥주 2000원'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이다.
김씨는 소주 1병에 1800원, 맥주는 2000원대 초반에 들여 온다. 손님이 소주 1병을 시키면 800원은 김씨가 손해보는 셈이다. 김씨는 "자선사업을 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싼 술을 찾는 손님들이 늘면서 고기와 찌개에서 남긴다"라고 했다.
이곳 식당은 유명해지기 전엔 주변 회사원들의 단골 회식집이었다. 30명이 와서 배부르게 먹어도 90만원을 넘기지 않았다. 김씨는 "손님 한분이 3만원 정도 쓰고 가면 좋다"며 "적당히 고기 2인분에 소주나 맥주를 드시면 잘 남는다"고 했다.
지난 11일 오후 음식점 앞에 걸린 플래카드. /사진=정세진 기자
뜻하지 않은 기회는 유튜브를 통해서 왔다. 김씨도 모르는 사이에 유튜브에 '1000원 식당' 관련 영상들이 올라왔다. 김씨는 "3년동안 입소문을 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언제 어디서 왔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유튜브에 우리 식당 영상이 올라왔다"며 "블로그에는 많이 올라왔는데 유튜브에 올라오고 나니까 젊은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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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오후 6시쯤부턴 김씨 식당앞에 대기하는 손님들이 줄을 섰다. 경기 부천 등에서 와서 2시간 이상 기다리는 손님도 있었다.
2017년부터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한 김씨에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씨는 직장인 남편과 사이에 1남1녀를 둔 '엄마'다. 2011년부터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야채를 받아 음식점에 판매하는 유통업을 했다. 한식뷔페에는 직접 메뉴까지 제안해서 필요한 품목을 공급했다. 이같이 식자재를 6년 동안 유통하면서 식자재 회전하며 원가를 줄이는 방식을 익혔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김치찌갯집도 식자재 유통할 때 고객이었던 사장님한테 인수한 것이다.
오르는 식자재 원가에 부담 커져…"9000원하던 김가루 1봉지, 요즘엔 3만4000원"
메뉴판. /사진=정세진 기자
김씨는 "식자재 가격이 오르면 어쩔수 없이 고기와 찌개가격을 올려서 이벤트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내가 식당을 운영하는 동안은 계속소주 1000원 이벤트를 하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과 이곳을 찾은 박모씨는 "생각보다 막창과 찌개도 너무 맛있다"며 "가격만 싼게 아니라 맛도 있다"고 했다. 직장 동료들과 온 장모씨는 "2차를 가야해서 조금 시켰다"며 싸기만 했으면 여기 안 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