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혁신에 강력한 정책…월드 베스트 기업은 이렇게 나온다

머니투데이 파리(프랑스)·바젤(스위스)=김훈남 기자, 프랑크푸르트(독일)=조규희 기자, 신주(대만)·나고야(일본)=유재희 기자 2024.06.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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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스트 기업을 만드는 힘]①

편집자주 여러 나라, 시장마다 돈을 잘 버는 기업은 많다. 하지만 돈을 잘버는 기업을 무조건 좋은 기업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랜기간 꾸준히 성장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동시에 벌어들인 이익을 바탕으로 나라와 지역사회에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회사를 좋은 기업으로 평가한다. 머니투데이는 반도체와 화학, 제약, 패션 등 주요 분야의 '월드 베스트 기업'을 찾아 기업의 성장 비결과 기업을 일궈낸 환경을 조명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월드 베스트 기업을 탄생시킬 묘안을 찾아본다.

머니투데이가 만난 월드 베스트 기업 개요/그래픽=윤선정머니투데이가 만난 월드 베스트 기업 개요/그래픽=윤선정


창업을 하고 시장에 뛰어들어 매출과 이익을 만든다. 매출을 키워 그에 맞게 고용을 늘리고 기업 공개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한다. 사업을 다각화하고 시너지를 만들어 대기업으로 덩치를 키운다.

흔한 기업의 성장 방식이다. 순서가 다를 수 있어도 대부분 기업은 공식처럼 이 길을 따른다. 다만 모두가 세계를 지배하는 베스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세기를 넘어 시장을 주도하고 미래 시장을 만들어내는 '월드 베스트 기업'의 비결은 따로 있다.



독일의 한 약국에서 시작해 13대 자손이 경영하는 회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기업 이념을 충실히 따른다. 3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첨단산업의 필수소재를 대고 있다. 170년 전 프랑스 공방에서 최초로 사각 트렁크를 탄생시킨 기업은 76개 메종(브랜드)을 통해 세계 럭셔리 시장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 국가 R&D(연구개발) 예산에 맞먹는 돈을 1년 연구비로 쓰는 스위스의 기업은 항암과 진단 등 미래 바이오 시장을 주도하는 제약사로 변모하고 있다. 인구 2400만명의 작은 나라에서 정부 주도로 탄생한 기업은 반세기만에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을 석권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보고 있다.



보통의 기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월드 베스트 기업'으로 도약한 사례다. 지분은 70%만 보유하지만 기업경영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머크 가문의 '전통'은 소유와 전문경영인 사이 이상적인 시너지와 견제 구조를 만들었다.

1개 약품을 개발하는데 12년의 시간이 걸려도 매년 20조원대 R&D 예산을 쏟아넣는 로슈의 '혁신'은 미래 의료·제약업계의 최대 도전과제인 항암·치매 신약 시장을 선도하게 했다.

불투명한 시장에서 한 나라의 역량을 1개 산업단지에 집중해낸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없었다면 대체불가 기업 TSMC는 존재할 수 없었다. 세계 명품 시장의 대명사 LVMH(루이비통 모에헤네시 그룹)는 여전히 헤리티지(유산)와 창의성, 혁신성 등 3가지를 기업 성장의 핵심가치로 꼽는다.


월드 베스트 기업은 기업 스스로의 힘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통'과 '혁신'의 기업 DNA에 안정적·장기적 정책 '지원'이 더해지며 오늘날의 '월드 베스트 기업'을 완성했다는 얘기다.

실제 머크, 로슈, TSMC, LVMH 같은 기업이 100년 넘게, 400년을 넘보며 시장을 주도하는 밑바탕에 대해 관계자는 "강력한 정부(정책)"라고 입을 모은다.

프랑스 수출지원 기구 관계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집권 정치체제가 현재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배출해냈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정부 관계자는 "스위스 연방 세제는 (기업활동의) 가장 모범적인 모델"이라며 "안정적인 법률 및 정치 시스템이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강력한 기반을 제공한다"고 자랑했다. 대만의 경제부산업발전서 관계자 역시 "정부의 건전한 규제와 완벽한 인프라, 충분한 인재, 안정적인 정치 및 경제 환경은 모두 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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