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노조 측의 시위용 트럭이 세워져 있다. 2024.6.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노조는 올해 노사협상에서 만60세 정년을 64세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기아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임단협 단체협약 갱신 시 최우선으로 쟁취해야 할 사업으로 응답자의 과반 이상(50.2%)이 정년 연장을 꼽았다. 현대차·기아 외에도 HD현대그룹 조선 3사 노조와 삼성그룹 노조연대, LG유플러스 제2노조는 60→65세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임단협에 승진거부권을 넣었다. HD현대중공업의 생산직 직급은 7~4급(14년)-기원(6년)-기장(6년)-기감(6년)-기정(기한 없음) 8단계로, 사무직은 매니저(4년)-선임매니저(4년)-책임매니저(기한 없음) 3단계로 구성된다. 생산직의 경우 기장에서 기감 이상으로, 사무직은 선임에서 책임 이상으로 승진하면 노조에서 자동 탈퇴하게 되는데 이때 승진을 거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노조의 정년연장이나 승진거부권 요구는 모두 더 오래 일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년까지 근무한다고 하더라도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생활비가 더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한국고용정보원의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과 노후 준비' 보고서에 따르면 65~79살 고령자 55.7%가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고령자 중 남성은 65.4%, 여성은 47.3%가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들 중 절반 이상(52.2%)가 생활비를 이유로 꼽았다.
다만 이 문제를 개별 기업이 먼저 나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년연장과 같은 커다란 이슈를 한 회사가 먼저 나서서 결과를 내놓기는 불가능하다"며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고 정책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승진거부권의 경우에도 2016년 현대차 노조가 한번 요구했던 전례가 있는데, 인사권 침해 및 월권 논란이 일면서 철회됐던 만큼 개별 기업이 다시 나서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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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올해 노사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노동유연성이 없는데 정년을 늘리게 되면 회사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고 청년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길게 일하는 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