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지난해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법사위원회 인공지능(AI)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의료AI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예종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생성형 AI 시장과 달리 의료 AI 분야엔 아직 뚜렷한 승자가 없다"며 "선점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한다"고 말했다.
전세계 의료 AI 시장의 성장 예상 규모/그래픽=윤선정
미국에선 의료AI를 병원에 실제 적용한 사례가 있다. 예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의료 AI '닥스코파일럿(DAX Copilot)'이 미국, 캐나다 등지 병원에 적용돼 의사의 작업 시간을 50% 이상 줄였다는 결과가 보고됐다"고 전했다. 닥스코파일럿은 환자의 진료 데이터를 자동으로 정리해주는 AI다. 예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맡던 역할을 AI가 대신한 것"이라며 "의료AI 도입으로 의사 1명에게 가중된 업무량을 줄이는 동시에 병원에 수용 가능한 환자수도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 기업 주요 의료 AI 서비스 현황/그래픽=김현정
네이버(NAVER (170,400원 ▼500 -0.29%))는 대표적인 의료 AI 솔루션으로 '스마트 서베이(Smart Survey)'를 꼽는다. AI가 환자의 병력 청취를 온라인으로 수행한 뒤 필요한 진찰 사항을 의료용어로 자동 변환해 전자의무기록(EMR)에 기록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 의료진이 환자의 진료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효율화를 돕는다. 또 클로바 OCR(광학문자인식)과 AI 요약 기반의 '페이션트 서머리'는 서로 다른 형태의 과거 검진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분류·정리·분석해 이력 관리와 적절한 검진 추천을 해주는 솔루션이다.
국내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성과도 눈에 띈다. 딥노이드 (5,810원 ▼40 -0.68%)의 AI 솔루션 '딥뉴로'는 뇌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영상에서 뇌동맥류를 검출해 의료진 진단을 보조하는 서비스로,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용중이다. 메디컬AI가 개발한 심부전 조기 발견 프로그램 '에티아엘브이에스디(AiTiaLVSD)'는 혈액 검사 시 정확도가 91%에 이른다. 권준명 메디컬AI 대표는 "심부전증 치료엔 조기 진단이 중요한 만큼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이나 외곽 지역에서 특히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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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수요는 늘어나는데 충분한 자원이 의료 서비스에 공급되지 못하는 만큼, AI가 결국 의료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차동철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의료혁신센터장은 "디지털 헬스케어에도 생성형 AI가 활용되고 있고, ICT 기술로 사용자별 특성을 반영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케어를 제공하는 게 최근 대세"라며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의료기술 발전 속도가 눈부시지만, 한국 업체들의 특장점도 상당하다는 게 차 센터장의 판단이다. 그는 "해외 의료 AI 서비스의 경우 한국 사회·문화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한국어 표현이 어색한 경우가 있다"면서 "한국형 디지털헬스케어는 이 부분에 강점이 있고, 특히 한국 법·제도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건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권준명 메디컬AI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의료AI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먼저 고품질의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데이터 활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