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회수시계...남양유업 체질개선 속도내는 한앤코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4.06.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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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9일 오전 열린 남양유업 제60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사진제공=남양유업지난 3월29일 오전 열린 남양유업 제60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사진제공=남양유업


3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남양유업 (567,000원 ▲3,000 +0.53%) 경영권을 쥐게 된 한앤컴퍼니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남양유업의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 개편을 본격화한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과의 소송으로 3년을 허비한 만큼 체질개선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1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최근 수익성이 나지 않은 제품의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익률이 높거나 시장확대가 예상되는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 중이다.



우선 우유, 분유, 음료 부문으로 나뉘는 제조 제품의 선별작업이 한창이다. 원유쿼터제가 적용되는 우유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이 우선 퇴출 대상이다. 최근 '임페리얼XO 액상분유' 제품의 판매중단 결정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반면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 등 신흥시장 제품은 강화할 전망이다. 국내 성인용 단백질 시장은 매일유업 셀렉스가 개척해 일동후디스 하이뮨이 급성장시킨 시장이다. 테이크핏은 후발주자지만 편의점 음용 부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이 결핍된 외식브랜드도 정리 수순에 돌입했다. 홍원식 전 회장의 차남 홍범석 상무가 관할하던 외식사업본부를 해체한 데 이어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와 '오스테리아 스테쏘', 철판요리 전문점 '철그릴' 등 외식 브랜드를 연말까지 폐점한다는 계획이다. 내부에서는 이들 레스토랑 브랜드가 홍 전 회장의 부인 이운경 고문의 품위유지 사업이라는 평가였다.

다만 디저트 브랜드인 '백미당'은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한때 다른 외식사업과 함께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유지로 선회했다. 백미당은 홍 전 회장과 한앤코의 갈등이 시작된 브랜드로, 3년전 홍 전 회장은 백미당을 매각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고문이 애착을 가진 브랜드로도 잘 알려져있다.

남양유업 체질개선은 이동춘 부사장 등 한앤코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소니코리아 디바이스 디비전 부사장 출신인 이 부사장은 웅진식품 등에서 기타 비상무이사를 지냈다. 한앤코는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한 후 커피, 홍삼음료, 두유 등 수익성 낮은 제품의 생산을 축소·중단하고 가야농장 등을 인수해 사업구조를 재편한 전력이 있다. 그 후 1150억원에 사들인 지분을 2019년 대만 퉁이그룹에 2600억원에 매각했다.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을 인수한 후 예정 기간 내 성장시켜 투자자에 수익을 돌려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특성을 고려하면 한앤코의 남양유업 체질개선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통상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 후 5년부터를 엑시트(투자금회수) 시점으로 본다. 소송으로 3년여간 경영 참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엑시트까지 2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한앤코가 홍 전 회장을 상대로 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LP)의 자금을 운용하는 한앤코 입장에선 남양유업 인수계약 후 경영참여를 못한 3년의 세월을 흘려보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겠지만 출산저하와 우유소비 감소 등 유업계의 현실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빨라진 회수시계...남양유업 체질개선 속도내는 한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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