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종·다문화' 대한민국, 생존 위해 더 커진 '우리' 받아들여야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24.06.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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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웰컴인!' 대한민국①-1

편집자주 이르면 올해 우리나라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된다. 다문화 인구, 장기 체류 외국인 등 이주배경 인구의 비중이 5%를 넘어서면서다. 합계출산율 0.7명으로 인구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대한민국. 국가소멸로의 질주를 멈출 방법은 사실상 이민을 늘리는 것뿐이다. 이주민 또는 다문화 시민들과 함께 화합과 번영을 이룰 방법을 찾아본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제15회 결혼이민자 취업박람회를 찾은 결혼이민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진행된 결혼이민자 취업박람회는 숙박업, 의료, 관광 등 관광업 업무 관련 채용 중심으로 현장 면접을 진행하고, 채용관과 취업 컨설팅관, 이벤트관 등 취업 관련 다양한 부스를 운영했다.   한편 서울시는 결혼이민자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영등포구가족센터를 중심으로 다문화가족 취업 중점기관을 운영, 맞춤형 구직상담 및 전문 취업 교육, 취업박람회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제15회 결혼이민자 취업박람회를 찾은 결혼이민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진행된 결혼이민자 취업박람회는 숙박업, 의료, 관광 등 관광업 업무 관련 채용 중심으로 현장 면접을 진행하고, 채용관과 취업 컨설팅관, 이벤트관 등 취업 관련 다양한 부스를 운영했다. 한편 서울시는 결혼이민자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영등포구가족센터를 중심으로 다문화가족 취업 중점기관을 운영, 맞춤형 구직상담 및 전문 취업 교육, 취업박람회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사실상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된 대한민국엔 260만명에 달하는 또 다른 우리가 살고 있다. 다문화 인구와 장기 체류 외국인 등이다.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우리니라에서 현재를 가꾸고 미래를 꿈꾼다는 데엔 차이가 없다. '다름'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을 넘어 서로 존중하는 '상호문화주의'의 가치에 따라 '우리'라는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할 때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국가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선 '이민사회로의 전환'을 통해 우리나라를 '이민 오고 싶은 나라'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합계출산율 0.7명, 국가소멸의 해법 '이민 확대'
/사진=뉴스1/사진=뉴스1
대개 이민은 국가의 경계를 넘는 인구 이동, 즉 국제 이주를 의미한다. UN은 3개월 이상 삶의 근거지를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을 이민으로 정의한다. 국내 이민자수는 통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26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국내체류 외국인은 260만명이었다.체류외국인 중 등록외국인은 139만명, 외국국적동포 국내거소신고자는 54만명, 단기체류외국인은 67만명이다. 관광 등의 목적으로 머물고 있는 단기체류외국인을 제외하면 약 200만명이 결혼, 취업, 유학 등의 이유로 국내에 장기거주하고 있다.

체류 외국인 증감 추이/그래픽=김지영체류 외국인 증감 추이/그래픽=김지영
여기에 이민자 2세, 귀화자 등까지 포함한 '이주배경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250만~26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르면 올해 안에 총 인구에서 이주배경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간한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추계: 2022~2042년'에 따르면 이주배경인구는 2022년 220만명에서 2042년 404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총 인구 중 이주배경인구 비중도 같은기간 4.3%에서 8.1%로 높아진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같은 이민자 유치를 늘리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 0.7명의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를 넘어 '국가소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2022년 3674만명이었던 생산가능인구가 2072년에는 1658만명으로 절반 넘게 감소한다. 이미 국내기업들은 필요한 노동력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생산 차질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제품을 소비할 수요 시장의 축소로 산업 생태계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이민의 경제적 효과…극우 포퓰리즘 약진 부작용도
(아우구스타 로이터=뉴스1)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섬 아우구스타항에서 이민자들이 해군 함정에서 내리기 전 대기하고 있다. 이탈리아 해군 순찰선들이 북아프리카에서 온 보트로부터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한 3500여명의 이민자들을 구조했다고 당국이 전날 밝혔고 마테오 렌치 총리는 유럽연합(EU)의 도움을 요청했다. 시리아와 북아프리카를 떠난 총 3612명의 이민자들이 11척의 보트에서 구조돼 시칠리섬과 람페두사섬의 항구로 옮겨졌다고 해경 대변인이 로이터에 전했다. 올해 현재까지 약 4만3000명이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로 바(아우구스타 로이터=뉴스1)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섬 아우구스타항에서 이민자들이 해군 함정에서 내리기 전 대기하고 있다. 이탈리아 해군 순찰선들이 북아프리카에서 온 보트로부터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한 3500여명의 이민자들을 구조했다고 당국이 전날 밝혔고 마테오 렌치 총리는 유럽연합(EU)의 도움을 요청했다. 시리아와 북아프리카를 떠난 총 3612명의 이민자들이 11척의 보트에서 구조돼 시칠리섬과 람페두사섬의 항구로 옮겨졌다고 해경 대변인이 로이터에 전했다. 올해 현재까지 약 4만3000명이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로 바
이미 세계 각국은 이민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는 1970년대 도입한 '다문화주의 이민정책'을 거쳐 고숙련 인력 유치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세계 곳곳의 고급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2005년부터 노동이민 장벽을 낮춘 독일의 경우 이제 전체 생산가능인구 4600만명 중 1000만명 이상이 이민자다. 프랑스 역시 6700만명 인구 중 이민자가 약 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0%를 훌쩍 넘겼다.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도 적극적인 이민 정책에 나서고 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본의 외국인 인구는 340만명이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약 2.8배 증가한 수치다. 대만 역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약 30년 전부터 일찌감치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민의 '경제적 효과'에 주목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23~2034년 미국 노동력이 이민 급증에 힘입어 52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GDP(국내총생산)는 이민자 유입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약 7조달러(9638조원), 세수는 1조달러(1377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포춘'(Fortune) 선정 500대 미국 대기업 중 이민자가 창업한 기업은 43%에 달한다. 이민이 우수한 인재를 유입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사회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뜻이다.

(AFP=뉴스1) 정윤영 기자 =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가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 2023.07.02.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AFP=뉴스1) 정윤영 기자(AFP=뉴스1) 정윤영 기자 =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가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 2023.07.02.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AFP=뉴스1) 정윤영 기자
그러나 이민 급증은 때로 부작용을 동반한다. 이민자들을 기존 사회가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는 경우 갈등이 벌어진다. 1980년대 영국은 이민자 폭동으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프랑스도 2005년과 2007년, 2023년에 인종차별로 야기된 이민 폭동을 겪었다.

반이민 정서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리옹에서는 16세 소년이 이민자의 칼부림 범죄에 숨지자 반이슬람·반이민 시위가 일어났다. 같은해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도 이슬람 이민자의 범죄에 분노한 폭동이 일어났다. 2020년 단행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도 과도한 이민자 지원정책에 따른 반이민 정서와 무관치 않다.



이는 포퓰리즘을 이용한 극우 정당이 부상하는 기회가 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EU 의회 총선거에서 극우정당의 약진한 것이 그 방증이다. 프랑스에선 반이민·난민 정책을 추진해온 극우 야당인 국민연합(RN) 앞승을 거뒀고 독일에선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 2당으로 올라섰다. 이탈리아의 경우 극우 성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제1당을 차지했다. 미국에선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 연말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와 강력하게 경쟁 중이다.

이민정책 총괄 컨트롤타워 부재…이민청은 언제?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제15회 결혼이민자 취업박람회에서 결혼이민자들이 채용면접을 보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2023.09.21.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제15회 결혼이민자 취업박람회에서 결혼이민자들이 채용면접을 보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2023.09.21. [email protected] /사진=권창회
이민자에 대한 낮은 수용성은 우리나라가 이민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이주민 310명 중 68%가 '한국에 인종 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외국인 근로자 10명 중 9명이 임금체불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문화의 차이·의사소통 부족 등 다양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외국인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적 인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을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기보다도 같이 상생하는 동료로서 인식하는 문화가 먼저 자리 잡혀야 한다"며 "효과적인 이민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시민의 동의와 공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출입국이민청 신설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12.06.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출입국이민청 신설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12.06. [email protected] /사진=조성봉
이러한 상황에서 이민정책을 총괄할 콘트롤타워의 부재는 아쉬운 대목이다. 문병기 이민정책학회장은 "정부가 그동안 제대로 된 이민정책을 수립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 부처별로 필요에 따라 시행한 파편화된 정책들만 존재했을 뿐"이라며 "여러 부처에 책임이 나뉘어 있다보니 현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앞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이민청 설립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민청 설립법안(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올 2월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별다른 논의도 해보지도 못한 채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이민청 설립법안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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