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전초기지 발판…글로벌 유니콘 육성

머니투데이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병권 기자 2024.06.13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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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금융강국 코리아]④-<2>KB국민은행

편집자주 [편집자주] 해외 공항에서 우리나라의 은행 광고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해외 진출 지역마다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앞세운 금융회사들은 K금융의 영토를 넓혔다. 이제는 넓어진 영토에서 핀테크 기술 등을 앞세워 '디지털 금융 DNA'를 심고 있다. 국경을 넘어 미래로 향하는 K금융의 전략을 취재했다.

2022년 9월 KB글로벌 핀테크랩 싱가포르의 개관 기념식 모습. /사진제공=KB금융2022년 9월 KB글로벌 핀테크랩 싱가포르의 개관 기념식 모습. /사진제공=KB금융


#핀테크 '에이젠글로벌'이 지난해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 현지 1·2위 모빌리티 금융플랫폼 그랩(Grab)과 고젝(Gojek)에 자사 신용평가모델 데이터를 활용한 AI(인공지능)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이젠글로벌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KB캐피탈 인도네시아와 협업으로 가능했다. 그리고 그 뒤엔 'KB글로벌 핀테크랩 싱가포르'(이하 KB글로벌 핀테크랩)의 도움이 있었다. KB글로벌 핀테크랩은 국내 핀테크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KB금융그룹은 2022년 9월 KB글로벌 핀테크랩을 열면서 '해외진출 유니콘 육성'을 목표로 세웠다. 2015년 국내 최초로 핀테크랩을 열어 운영한 스타트업 육성 노하우를 해외까지 확장한 것이다.



국내 핀테크들은 KB글로벌 핀테크랩을 전초기지 삼아 해외 진출을 꿈꿀 수 있게 됐다. 특히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동남아시아가 타깃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디지털금융과 플랫폼 기반의 핀테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환경이 개선되면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금융 서비스에 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다만 아직 기술력 발전 속도는 더디다. 기술력 있는 우리나라 핀테크가 진출하기 좋은 시장인 셈이다.

KB글로벌 핀테크랩은 스타트업이 처음 해외진출할 때 겪는 어려움을 먼저 챙긴다. 가장 까다로운 '법인 설립'부터 현지 진출에 필요한 사항들에 관한 컨설팅과 함께 전용 사무 공간을 제공한다. 그 다음에는 현지에서 수월하게 네트워킹을 구축할 수 있도록 △현지 AC(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한 육성 △현지 VC(벤처캐피탈) 연계를 지원한다.



실질적인 금융 지원을 받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특히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KB금융 계열사와의 협업과 현지 기업과의 제휴를 지원한다. KB금융 계열사들이 동남아시아에 널리 진출해 있어 싱가포르 외에도 다양한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을 꾀할 수 있다.

KB금융은 'KB스타터스 싱가포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KB스타터스 싱가포르는 국내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해외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업의 실현 가능성·성장 전략 등을 심사해서 유망한 핀테크를 선발한다. 시행 첫해 2022년에는 4개 기업을 선발했고 지난해에는 10개로 늘렸다. 선정된 기업들은 AI·헬스케어·ESG·애그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핀테크였다.

국내 핀테크사의 해외 진출 수요가 늘면서 올해는 선발 규모를 더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싱가포르 정부의 전략적 육성 산업인 AI·푸드테크(스마트팜)·클린테크·원격 의료 분야의 핀테크에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해외 진출을 망설이는 스타트업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함께하는 '글로벌 PoC(기술실증) 프로그램'으로 해외 대기업에 제품을 소개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스타트업 4개가 선발돼 싱가포르 대형은행 OCBC·생활용품 기업 P&G 등과 약 3개월 동안 기술 실증 사업을 수행했다.

KB금융 관계자는 "KB글로벌 핀테크랩이 3년차가 되면서 현지 네트워크가 더 강화되고 협업 파트너들도 더 늘었다"며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 초기의 낯선 시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서 이들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기반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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