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충당금적립전이익 변화/그래픽=김지영
ELS 배상은 일회성으로 끝나지만 금리인하와 경쟁격화 등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비상경영체제와 함께 효율적 비용관리를 주요 경영목표로 삼고 각 부서에서 추진방안을 구체화해 실행토록 지시했다.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한 현장소통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 중이다. 임원이 지역 영업현장을 방문해 일선 직원과 간담회 등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경영진이 바로 피드백을 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특히 '홍콩 ELS' 배상과 관련해 임원진이 일선 직원과 소통하면서 사기를 높이는 것도 현장소통의 목표다.
중복된 상품, 사용이 줄어든 전산기기도 효율화 대상이다. 신한은행은 '스톱 엔 고'(Stop&GO) 프로젝트를 올해 경영진 전략과제에 포함해 전사적으로 중점추진 중이다. 기존 사업, 일상업무, 회의체 등 관리업무 중 현시점에서 정리(Stop)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하고 △불필요한 지출 △중복된 상품·서비스 △사용이 저조한 전산기기 등을 효율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부터 NH농협은행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며 주말 임원회의를 재가동했다. 논의가 필요한 현안이 생기면 이석용 농협은행장과 부문장, 부서장 등 임원진이 참석해 강도 높은 회의를 진행 중이다. 주말회의가 다시 열린 것은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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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도 현안에 따라 금요일 저녁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부서장급 이상 간부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한다. 불필요한 행사도 줄이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비용 효율화와 긴축운영 방향 등을 각 부서에 전달했다.
주요 은행에서 비상경영체제와 긴축운영을 진행하는 이유는 홍콩 ELS 배상 등에 따른 실적악화 때문이다. 지난 1분기 5대은행의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은 총 4조62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1% 줄었다.
은행별로 지난 1분기 ELS 배상을 위해 영업외손실로 인식한 비용이 △국민은행 8620억원 △농협은행 3416억원 △신한은행 2740억원 △하나은행 1799억원 △우리은행 75억원 등 총 1조665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제재에 따라 부과될 수 있는 과징금도 부담이다.
또 대출금리 변화와 함께 경쟁격화도 비상경영체제의 원인이다. 명목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이상 증가가 어려운 가계대출에서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가 되자 은행권이 모두 기업금융에 영업력을 집중한다. 특히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대출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도 올 1분기를 기점으로 꺾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큰 규모의 기업대출과 예금 모두 비딩(경쟁입찰)이 들어가는 경우가 잦아졌고 금리경쟁도 심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