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장관이 쏘아올린 전세 가격 상승 요인 2제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정혜윤 기자 2024.06.1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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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4 한-아프리카 인프라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2024.6.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서울=뉴스1)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4 한-아프리카 인프라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2024.6.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국토교통부 장관이 쏘아 올린 '전세가 상승' 요인 논쟁이 뜨겁다. 하나는 전 정부 시절 마련된 '임대차 2법'이고 다른 하나는 현 정부가 만든 '신생아 특례 대출'이다.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지 4년째를 맞이한 가운데 이 법이 전세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임대차 2법이 전세시장의 수요와 공급 논리를 왜곡시켰으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일 정부 등에 따르면 '임대차 2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 법의 시행으로 전세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세입자의 요청에 따라 2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4년간 전세 가격이 사실상 고정되면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왜곡됐고, 이로 인해 전세시장에서 혼란이 야기됐다는 지적이다.

집주인들은 '임대차 2법'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가격을 단기간에 대폭 올렸다. 4년 치를 미리 올려받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세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집값이 상승할 때는 세입자에게 도움이 됐지만, 최근 집값 하락 국면에서는 오히려 세입자들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특히 2022년 말부터 전셋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이 크게 줄었다. 집주인들은 4년 치 전세금을 미리 올려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부동산정보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서울에서 6억원으로는 '국민 평형(전용면적 84㎡)' 전셋집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올 들어 4월까지 체결된 서울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세 계약 가운데 전셋값이 6억원 미만인 계약의 비중은 48.9%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 강남구에선 이 비중이 6.9%까지 떨어졌다.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임대차 2법'을 활용하는 세입자는 10가구 중 2~3가구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임대차 2법의 4년 계약 만기가 도래하며 전세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대차 2법'의 핵심은 기존 2년이던 임대차 기간을 '2+2'로 늘려 4년 거주를 보장한 계약갱신청구권(갱신요구권)과 재계약 때 임대료 상승 폭을 직전의 5%로 제한하도록 한 전월세 상한제다. 세입자에게 유리한 제도인데도 갱신권 사용률이 저조한 것은, 유불리가 전월세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급등하던 2021년과 2022년에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에서 갱신권 사용 비중이 각각 평균 68%, 59%에 달했다. 전국 기준으로도 각각 67%, 60%였다. 전세 매물이 귀하던 시절, 전세 매물을 보기 위해 '대기표'를 뽑는 현상까지 생겼다. 집주인이 '갑'이 됐고, 4년치 인상분을 미리 올려받는 계약조건에도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상황은 급변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전셋값이 약세로 돌아서자 갱신권 사용률은 확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역전세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서울 아파트 갱신권 사용 비중은 33%로 반 토막났다. 오히려 4년 계약에 묶인 세입자들이 시세 대비 비싼 전세보증금을 빼지 못하고 거처를 옮기는 데 제약을 받는 상황이 생겼다.

박 장관은 전날 임대차 2법에 대해 "정부·여당의 스탠스는 폐지"라고 거듭 밝히며 "야당 측 동의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신생아 특례 대출도 전세가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저출산 충격이 심해진 상황에서 정부 고위 공직자가 신생아 특례 대출로 과소비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장관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신생아 특례 대출이 전세 시장으로 넘어왔다는 데 일 리가 있느냐고 묻자 "상당히 일 리가 있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듣는 분들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서민을 도와주기 위해 저리 자금을 빌려줬는데 오히려 전세에 대한 과소비를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지난해 8월 윤석열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출시한 상품이다. 최저 1%대 금리로 주택구입·전세 대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어 출산 가구에 인기를 끌었다. 당초 소득요건도 구입·전세 모두 1억3000만원으로 한정했는데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가 대출 요건도 2억원 이하로 대폭 완화했다.

실제 대출 요건이 완화되지 않은 타이밍에 사실상 박 장관이 해당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사실상 신생아 특례대출 요건 등을 다시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발언 취지는) 최근 10년간 전세대출 보증 등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시장 흐름을 얘기한 거지 (신생아 특례 관련 혜택을) 줄이자 그런 게 아니다"며 "전문가들이 최근 집값 상승 요인 가운데 정부 공적 보증 언급도 해서 그런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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