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핸드폰으로 LG 핵심기술 촬영…中기업에 유출 시도한 前팀장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2024.06.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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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디스플레이 발광 기술인 아몰레드(AMOLED) 등 국가 핵심기술을 중국 경쟁사로 유출하려던 LG디스플레이의 전 팀장이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7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1월27일~2월3일 LG디스플레이의 아몰레드 설계 및 공정·제조 기술, 생산 공장 도면 등 국가핵심기술 자료 총 68건을 열람하고 촬영한 1065장의 사진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A씨는 LG디스플레이에서 20년간 근무하며 대형 OLED 패널 생산 라인의 구축 및 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2012년부터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다가 2021년 코로나19 여파로 자가 격리 중 재택근무를 하던 중 퇴직 의사를 밝혔다.



회사는 이후 보안 점검을 통해 A씨가 자가 격리 기간 중 서버에 접속해 자료를 유출한 흔적을 발견했다. 이는 회사의 보안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이 자료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기밀을 촬영하기 전부터 퇴직 후에도 적극적으로 경쟁사인 중국 회사 Q사에 이직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촬영자료를 경쟁업체인 Q사에 전달했다거나 전달하기 위해 이 사건 촬영자료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등의 시도를 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A씨와 Q사 관계자들 사이의 위챗 대화 내용이 증거로 제출돼 있으나, 촬영자료와 관련된 명시적인 언급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촬영한 자료를 외부로 반출하려 한 구체적인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고, 디지털 포렌식 결과 촬영한 자료가 외부로 이동되거나 전달된 흔적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촬영 당시 노트북 카메라를 귤껍질로 가리거나 보안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지 않은 아들의 휴대전화기로 촬영하는 등 촬영 행위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Q사의 임직원에게 "저는 연락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경험도 많고 정보도 많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등의 메시지를 보낸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밖에도 비록 자료가 외부로 전달된 흔적은 없지만, A씨가 촬영한 자료를 보관하면서 이를 폐기하지 않은 점, 압수수색 당시 자료를 은닉하려 한 점 등이 유죄 사유가 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회사직원이 퇴사 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았다면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



2심 재판부는 "이런 범죄를 가볍게 처벌하면 기업들이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 기술 개발에 매진할 동기가 없어진다"며 "해외 경쟁업체가 인재 영입을 빙자해 우리나라 기업이 쌓은 기술력을 손쉽게 탈취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핵심기술이 실제로 경쟁사나 제3자에게 유출되지는 않았고, 촬영된 자료를 이직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참작해 양형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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