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TDF의 대변신…퇴직연금 수익률 효자노릇 '톡톡'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4.06.1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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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F 상품별 최근 1년 평균 수익률/그래픽=김다나TDF 상품별 최근 1년 평균 수익률/그래픽=김다나


원금 손실로 투자자들의 속을 태웠던 TDF(생애주기형 펀드)가 최근 수익률 개선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금을 회복하고 상승세를 이어가자 자금 유입도 빨라진다. 전문가들은 TDF가 글로벌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장기투자형 상품인만큼 퇴직연금 계좌 등을 통해 장기로 투자할수록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TDF 총 설정액은 9조6009억원으로 지난해 7월 8조3652억원 대비 1조2357억원 증가했다. 최근 1년 사이 1조원 이상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최근 TDF로 자금 유입이 늘어난 이유는 수익률이다. TDF란 생애주기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알아서 조절하는 펀드로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특징이 있다. 2022년 급격한 금리인상 시기에는 이례적인 역금융장세가 펼쳐지며 주식과 채권 모두 하락했다. TDF 역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일부 계좌에서는 원금 손실이 나타나기도 했다. 급격히 증가하던 설정액도 이 시기부터 정체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를 기점으로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TDF의 수익률도 개선됐다. 특히 TDF 상당수가 미국 주식을 큰 비중으로 담고 있어 미국 증시의 반등이 수익률 개선에 큰 기여를 했다. 채권 수익률이 지난해 10월을 고점으로 점차 안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TDF는 은퇴시점(빈티지)에 따라 상품 종류를 나누는데 모든 빈티지에서 코스피 수익률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은퇴자를 위한 상품인 2025형 빈티지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10.32%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3.09%)을 상회했다. 다른 빈티지에서도 같은 기간 평균 수익률은 △2030형 12.23% △2035형 13.77% △2040형 15.1% △2045형 16% △2050형 17.35% △2055형 17.23% △2060형 21.22% 등으로 나타났다. 은퇴시점이 멀수록 주식 비중이 높아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운용사 상품별로는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가 모든 빈티지의 1년 평균 수익률이 20.96%로 가장 높았다. 이어 △마이다스기본TDF 18.43% △NH-Amundi하나로TDF 18.23% △KCGI프리덤TDF 17.82% △한국투자TDF알아서 17.12%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디폴트옵션(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이 본격 시행된 것도 TDF로 자금 유입이 늘어난 요인 중 하나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는 위험 수준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제시하는데 고위험 이상 포트폴리오에는 대부분 TDF가 포함돼 있다.


여경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마케팅 팀장은 "현재 TDF로 유입되는 자산 대부분이 디폴트옵션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며 "TDF가 장기 자산배분 전략을 토대로 운용되다보니 연금 쪽에서는 개별 국가나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TDF를 좀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TDF에 대한 관심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 증가했다. 이중 87.2%인 333조3000억원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인데 장기투자로 초과수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어날수록 TDF로의 자금 유입은 더 빨라질 수 있다.

TDF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 만큼 은퇴시기나 투자 성향에 따라 적절한 상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는 "TDF는 글로벌 분산 투자 상품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평균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히 최근 수익률이 높다고 투자하는 것보다는 총보수나 운용전략, 펀드 규모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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