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인건비, 물류비 아낀다...허리띠 졸라맨 토종 e커머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4.06.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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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롯데온 등 이커머스 운영비 절감 자구책
신세계 계열사 SSG닷컴·G마켓, CJ그룹과 협력해 물류비 절감

안정은 11번가 대표이사. /사진제공=11번가안정은 11번가 대표이사. /사진제공=11번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의 국내 시장 침투로 경영난이 가중된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이 비용을 아끼는 '긴축 경영' 기조로 대응한다. 출혈 경쟁을 피한 자구책이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본사 임대료 아끼는 11번가, 희망퇴직 범위 넓힌 롯데온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오는 9월부터 본사를 경기도 광명시 유플래닛타워로 이전한다. 11번가는 2017년부터 서울옆 앞 서울스퀘어 5개 층을 본사로 활용하다 임대 계약 종료 시기에 맞춰 7년 여 만에 사옥 이전을 결정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광명 유플래닛 타워의 월 임대료는 서울스퀘어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본사 이전으로 11번가는 연간 수 십억원의 임대료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11번가는 인건비 감축을 위해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초까지 6개월 사이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한 있다. 이를 통해 약 50여 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을 추진 중인 11번가는 한 때 수조 원에 달했던 인수 예상 가격이 5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지만, 시장 침체로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11번가 매출은 171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1% 감소했는데, 영업손실은 195억원으로 318억원 적자였던 지난해 1분기보다 38.7% 줄었다. 올해 들어 오픈마켓 사업에서 상각 전 영업이익(EBITA) 흑자를 달성하며 적자 탈출 기대감이 높아졌다. 11번가 관계자는 "내년에 전사적인 연간 흑자 전환이 목표"라고 했다.

롯데온이 이달부터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샬롯’을 개편한다. /사진제공=롯데온롯데온이 이달부터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샬롯’을 개편한다. /사진제공=롯데온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 부문인 롯데온은 이달 초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신청자 중 내부 심의를 거쳐 희망퇴직자로 정해지면 6개월 급여를 일시금으로 지급받거나, 6개월간 유급휴직 후 퇴사할 수 있다. 롯데온은 지난달 저성과 임직원 위주로 권고사직을 진행했는데, 기대보다 퇴직자가 적어 희망퇴직 범위를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출범한 롯데온은 올해 1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51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초부터 회사 대표를 맡은 박익진 대표는 재무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적자 축소에 주력할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롯데마트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2시간 이내 배송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종료한 것도 물류비 절감을 위해서다.


신세계 이커머스 계열사, 사촌동맹 CJ그룹에 물류 맡겨
신세계그룹도 e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쓱닷컴)과 G마켓의 군살 빼기에 나섰다. '범삼성가'로 분류되는 CJ그룹과 협력해 물류비 절감에 나선 게 핵심이다. SSG닷컴은 현재 새벽배송을 맡은 김포 네오센터 두 곳과 오포에 구축한 첨단 물류센터 운영을 CJ대한통운에 맡긴다. G마켓도 7월부터 CJ대한통운의 내일도착 보장 배송 서비스 '오네'(O-NE)를 도입한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 물류센터를 중장기적으로 CJ그룹에 매각하는 방안도 협의 중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으로 절감한 물류비와 물류센터 매각 대금 등은 강점을 지닌 식료품 분야 경쟁력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1분기 SSG닷컴은 139억원, G마켓은 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적자 폭을 줄였지만, 흑자 전환을 위해선 추가적인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에 이어 이커머스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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