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있게 전진한 '커넥션', SBS 금토극 자존심 세웠다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6.1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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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써패스 이엔티/사진=써패스 이엔티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극본 이현, 연출 김문교)이 뜨거운 열기를 자랑하고 있다. 초반에는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지만, 뚝심있게 전진하며 시청률 1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금토 드라마 경쟁 구도에서 자존심을 구겼던 SBS에 구세주가 등장한 셈이다.

지난달 24일 방송을 시작한 '커넥션'은 50억 보험금을 남기고 숨진 한 고등학교 친구의 죽음을 추적하며 드러나는 친구들의 변질된 우정을 그린 범죄 수사 스릴러다.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 장재경 역을 맡은 지성과 기자계의 잔다르크이자 생계형 물질만능주의자 오윤진 역을 맡은 전미도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



5.7%로 시작한 '커넥션'의 시청률은 지난 8일 9.4%까지 뛰어올랐다. 총 여섯 번의 회차가 방송되는 동안 시청률은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6화 최고 시청률은 12.2%까지 치솟았고, 2049 시청률은 동시간대 1위는 물론 토요일에 방송된 전 프로그램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의 기세라면 10%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올해 초 방송됐던 '재벌X형사'의 최고 시청률 11.0% 역시 넘어설 확률이 높다.

/사진=SBS/사진=SBS


그렇다면 '커넥션'이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소재가 사람을 끌어당긴다. 마약을 추적하는 형사를 다룬 작품은 많이 있었지만, 그동안의 작품에서 마약 조직을 추적하는 형사들은 대부분 마약과 철저하게 거리를 뒀다. 그러나 '커넥션'은 첫 화부터 장재경을 마약에 중독시킨다. 마약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장재경이 마약에 중독된다는 파격적인 설정은 관심이 없던 시청자들이라도 한 번쯤은 솔깃하게 만들어준다.

작품의 큰 줄기가 '마약에 중독된 마약반 형사'라면 이를 휘감고 있는 건 동창생들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다. 장재경, 오윤진을 비롯해 빌런으로 나오는 박태진(권율), 의문의 죽음을 당한 박준서(윤나무) 등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모두 고등학교 동창들이다. '커넥션'이라는 제목은 고등학교 동창들의 변질된 우정이라는 설정과 만나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려 애쓰는 재경의 모습은 또 다른 관전포인트로 시청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매력적인 설정들을 눈앞에 펼쳐놓는 건 배우들의 몫이다. 특히 그 중심에 있는 지성의 연기는 빼놓을 수 없다. 여느 형사들처럼 범죄자들을 제압하는 모습은 물론, 마약에 중독되며 피폐해진 모습까지 폭넓게 소화하는 지성은 '1인 캐리'를 보여주며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아직 상반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지성을 대상 후보라며 극찬하고 있다. 특히 마약에 중독되거나 반대로 마약을 하지 못해 금단 현상에 시달리는 지성의 모습은 신선한 연출과 맞물리며 '커넥션'만의 독특한 감정을 완성하고 있다.


전미도는 이상적인 잔다르크의 모습과 현실적인 모습을 오가며 극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으며 권율은 죽은 준서의 부인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며 돋보이는 빌런 연기를 보여줬다. 이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은 빠른 전개를 통해 다채롭게 드러나며 시청자들을 더욱 유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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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설정과 배우들의 열연이 조화를 이룬 '커넥션'은 SBS 금토드라마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경쟁자라고 볼 수 있는 MBC 금토드라마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SBS 금토드라마가 MBC 금토드라마에 앞섰던 건 지난해 6월 방송됐던 '악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본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와 김태리의 열연을 앞세운 '악귀'는 '넘버스'를 압도적인 격차로 벌리며 왕좌를 차지했다. '모범택시2',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 '악귀'까지 이어진 SBS 금토 라인업은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악귀'는 지난해 마지막으로 시청률 10%를 넘긴 SBS 금토드라마가 됐다. 이후 방송된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7인의 탈출', '마이 데몬'은 모두 10%의 벽을 넘기지 못했다. 그 사이 MBC는 사극에 집중, 반전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연인'이 최고 시청률 12.9%를 기록했고 그 열기를 이어받은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9.6%를 기록했다. 절대적 수치보다 중요한 건 상대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점이다.

해가 바뀌어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갔다. 2024년의 시작을 알린 SBS '재벌X형사'는 오랜만에 10%를 넘겼고, 시즌2 제작을 일찌감치 확정하는 등 드라마 자체적으로는 좋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동시간에 MBC에서 방송한 '밤에 피는 꽃'이 최고 시청률 18.4%를 기록하며 경쟁에서는 패배했다. 상황은 더 암울해졌다. SBS '7인의 부활'이 최고시청률 4.4%의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반면, MBC '원더풀 월드', '수사반장 1958'은 모두 10%를 넘기는 데 성공했다.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커넥션'이 구세주로 떠올랐다. '커넥션'과 MBC '우리, 집'은 같은 날 방송을 시작하며 다시 한 번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첫 방송에서는 6.0%를 기록한 '우리, 집'이 '커넥션'에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우리, 집'은 초반의 기세를 이어나가지 못하며 시청률이 정체됐다. 반면 '커넥션'은 꾸준하게 상승하며 결국 '우리, 집'을 앞서나갔다.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 추이를 고려하면 '커넥션'의 질주는 계속될 것이 유력하다. 총 14부작인 '커넥션'은 이번 주 반환점을 맞이한다. 흔들리지 않고 전진하고 있는 '커넥션'이 남은 기간에도 SBS 금토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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