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콜라이트', 이정재에게 '포스'가 함께한 '스타워즈' 출정기

머니투데이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6.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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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문외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꿀잼 시리즈

사진=디즈니+사진=디즈니+


‘스타워즈’의 제다이 마스터가 된 이정재의 활약이 든든하면서도 짜릿하다. 지난 5일 공개된 디즈니+ 시리즈 ‘에콜라이트’ 1,2화를 감상한 짧은 소감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여섯 번째 TV 실사 드라마 시리즈 ‘애콜라이트’는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이정재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스타워즈’에서 주요 역할인 제다이 마스터 역에 동양인 배우가 최초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았다.

‘에콜라이트’는 은하 제국 수립 100년 전, 은하 공화국이 번영하던 평화의 시기를 배경으로 공화국을 수호하는 제다이 기사단의 이야기를 그린다.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의 첫 번째 영화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1999)보다 100년 앞선 이야기로 지금까지 나온 ‘스타워즈’ 중에서 가장 앞선 이야기를 다룬다. 이정재가 연기한 제다이 마스터 ‘솔’이 역대 제다이들의 선배 격인 셈이다.



광선검을 든 이정재의 모습을 기대하기에 앞서 ‘에콜라이트’ 1화 오프닝은 또 다른 제다이 마스터 ‘인다라’를 연기한 캐리 앤 모스가 처음 등장해 분위기를 달군다. 마스터 인다라가 ‘에콜라이트’의 주인공 쌍둥이 자매(아만들라 스텐버그) 중 한 명과 격렬하게 싸우다가 초록색 광선검을 휘두를 때, 흐뭇한 표정으로 캐리 앤 모스의 대표작 ‘매트릭스’를 떠올리는 시청자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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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라이트’는 16년 전 브렌도크 행성에서 일어난 대화재로 인해 헤어진 쌍둥이 자매 오샤와 메이의 이야기가 중심에 놓인다. 화재 당시 마스터 솔에게 구출된 여덟 살 오샤는 제다이 기사단에 합류해 마스터 솔의 파다완으로 자라지만, 지금은 기사단을 떠나 우주선 외부를 수리하는 ‘메크넥’으로 일한다. 제다이 마스터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오샤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오샤의 스승 솔과 오샤의 옛 동료 요드(찰리 바넷), 솔의 파다완 제키(다프네 킨)가 진범을 밝히고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나선다. 제다이 스승과 제자들의 합동 수사 작전이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대화재 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메이는 어둠의 세력과 손을 잡고 오샤와 제다이 기사단의 적수가 되어 재회한다.

이정재는 1화 중반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첫 등장은 마스터 솔이 은하 공화국의 수도 성 ‘코러산트’에서 영링(제다이 입문생)들에게 정신 수련 수업을 하는 장면이다. 명상 중인 영링들에게 ‘포스’ 다루는 법을 설명하는 마스터 솔의 표정과 몸짓, 말투만 봐도 그가 ‘자애로운 스승’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망토를 두르고 반묶음 단발머리를 한 이정재의 제다이 스타일이 낯설긴 한데, 그의 차분한 영어 대사에 집중하다 보면 곧바로 익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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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등장 이후부터 2화까지 이정재가 연기한 마스터 솔은 제다이 마스터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수사관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용의자가 된 옛 제자 오샤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일련의 살인사건으로 마스터 동료들을 잃은 슬픔, 사건을 추적해 나가면서 서서히 발휘하는 리더십까지 꽤 다채로운 감정 연기를 펼치면서 극을 이끈다. 마스터 솔을 보면 이정재의 32년 차 연기 내공이 켜켜이 쌓인 캐릭터 같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이정재가 연기해 온 캐릭터와 연기 스타일이 겹치거나 답습하는 인상을 주진 않는다. 이정재가 마스터 솔 캐릭터를 얼마나 고심하면서 치밀하게 연기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해외 출연작과 비교해도 ‘에콜라이트’에서 이정재가 맡은 역할이나 분량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이슈몰이로 끝나는 반짝 출연이 절대 아니다. 이정재에겐 마스터 솔 역할이 배우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임이 자명하다. 2화에서 마스터 솔과 암살범이 대결을 벌이는 장면에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가 월드스타이기 전에 얼마나 뛰어난 액션 스타인지를 전 세계 시청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액션 신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광선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으나 무기 없이 무술로만 짜인 액션이어서 이정재의 액션 연기 포스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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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라이트’에서 이정재와 함께한 배우들도 주목할 만하다. ‘다인종 캐스팅’이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캐스팅이 조화롭다. 아만들라 스텐버그는 영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2012) ‘디어 에반 핸슨’(2021) 등에 출연한 아역 출신 스타로 쌍둥이 자매 오샤와 메이 1인 2역을 뚜렷하게 소화하며 출중한 연기력을 보여 준다. NBC 드라마 시리즈 ‘시카고 파이어‘와 넷플릭스 드라마 ‘러시아 인형처럼’으로 알려진 찰리 바넷이 제다이 기사 요드 판다르 역을, 영화 ‘로건’(2017)에서 휴 잭맨과 인상 깊은 부녀 연기를 펼친 아역 다프네 킨이 솔의 파다완인 제키 역을 맡아 마스터 솔과 함께 제다이 살인범을 쫓는다.

‘웨스트 월드’ ‘러시아 인형처럼’ ‘애나 만들기’ 등 굵직한 화제작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 레베카 헨더슨은 마스터 솔의 동료이자 제다이 살인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마스터 버네스트라(초록 분장)로, 넷플릭스 드라마 ‘굿 플레이스’로 유명한 필리핀계 캐나다 배우 매니 저신토가 메이를 돕는 카이미르 역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3화부턴 영화 ‘애프터 양’(2022)에서 콜린 파렐과 부부를 연기한 조디 터너-스미스가 마녀 집단을 이끄는 아니세야로 합류해 캐릭터 보는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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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의 새로운 이야기 ‘에콜라이트’는 제다이 마스터 연쇄살인사건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스타워즈’ 팬들과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일으킨다. 넷플릭스 화제작 ‘러시안 인형처럼’의 레슬리 헤드랜드가 ‘에콜라이트’의 쇼 러너를 맡아 연출한 1,2화에선 ‘스타워즈’와 미스터리 액션 스릴러의 신선한 조합을 몰입도 있게 잘 끌어갔다. 범인의 정체는 1,2화에서 공개되었고 앞으로 마스터 솔과 쌍둥이 자매의 비밀, 메이가 따르는 악의 세력 시스의 정체가 드러날 예정이다. ‘에콜라이트’는 시스 제국의 최하위 계급인 시스 수련생을 뜻하기 때문에 쌍둥이 자매 오샤와 메이의 다른 행보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에콜라이트’는 8부작으로 매주 수요일에 1회차씩 공개된다. 특히 에피소드 3, 7화는 드라마 ‘파친코’와 영화 ‘에프터 양’ 연출을 맡은 코코나다 감독이 맡아 기대가 모아진다. 마스터 솔은 브렌도크 대화재와 관련된 제다이 마스터 중 한 명으로 과거의 진실을 알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어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변화무쌍한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광선검을 휘두르는 이정재의 액션을 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누가 그의 맞수로 나타나 대결을 벌일지 모처럼 궁금한 볼거리가 생겼다. 배우 일생일대의 도전으로 큰 즐거움을 안겨주는 이정재에게 포스가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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