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살기 어려워서" 목숨 건 귀순…북 일가족 9명이 꿈꾼 '자유'[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채태병 기자 2024.06.11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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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지난 5월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망원경으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마을을 살펴보고 있다. /2024.05.27. /사진=뉴시스지난 5월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망원경으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마을을 살펴보고 있다. /2024.05.27. /사진=뉴시스


13년 전인 2011년 6월 11일 오전 6시쯤 북한 방향에서 한 소형 선박이 인천 강화군의 우도(隅島) 해상으로 넘어왔다. 배에는 성인 남성 3명과 성인 여성 2명, 어린이 4명 등 모두 9명이 탑승해 있었다.

대한민국 땅을 밟은 뒤 귀순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황해도 내륙 지역에 거주하던 일가족으로 탈북을 결심, 바닷길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국가정보원은 경찰,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등과 합동신문조를 구성해 탈북민들의 월남 동기와 경로 등을 조사했다. 당국은 조사 결과, 이들이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해 계획적으로 탈북한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 주민 9명의 귀순 소식은 4일 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같은 해 6월 15일 대한민국 언론들이 관련 보도를 전했다. 한국 언론에서 기사가 난 다음 날(6월 16일), 북한 측은 탈북민 9명의 송환을 요구하는 전통문을 보내왔다.



북한의 전통문은 낮 12시쯤 판문점 대한적십자사 채널을 통해 접수됐다. 북한은 주민들뿐 아니라 소형 선박 등 물자에 대해서도 반환을 요구했다.

지난 5월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마을 풍경. 북한 주민들이 모내기에 열중하고 있다. /2024.05.16. /사진=뉴시스지난 5월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마을 풍경. 북한 주민들이 모내기에 열중하고 있다. /2024.05.16. /사진=뉴시스
통일부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북한 측이) 주민들을 즉시 돌려보내지 않으면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위협했다"면서도 "주민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이후 6월 17일, 통일부는 귀순자 9명에 대한 송환 요구를 거절하는 내용의 전통문을 북한에 보냈다. 우리 정부는 전통문에 "관계기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민 9명 모두 귀순을 희망했고, 이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적었다.


귀순을 주도한 김모씨는 10년 뒤인 2021년 6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김씨는 현재까지 유튜버로 활동하며 북한 관련 영상을 촬영, 공유하고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8만4400여명, 누적 조회 수는 약 2613만회에 달한다.

김씨는 첫 유튜브 영상에서 "황해남도 해주시에서 자유를 찾아, 9명 가족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왔다"며 "정말 살기 어려워서 2011년에 가족 다 데리고 한국에 왔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들 심심할 적마다 (유튜브 채널에) 오셔서 영상 봐주시고 댓글 남겨주시면 함께 소통하고 싶다"며 "통일이 다른 거겠습니까? 여러분과 (북한에서 자란) 내가 생각을 맞춰가는 것, 그게 통일이죠"라고 덧붙였다.

10일 경기 파주시의 북한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초소에서 군인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2024.06.10. /사진=뉴시스10일 경기 파주시의 북한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초소에서 군인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2024.06.10. /사진=뉴시스
지난해 5월에도 2011년 사건과 판박이인 북한 주민 귀순이 있었다. 지난해 귀순도 일가족 9명이 어선을 타고 NLL을 넘어 대한민국 영토로 들어왔다.

군 당국은 NLL에 접근하는 어선을 포착해 감시하다가, 어선이 NLL을 넘자마자 즉각 병력을 투입해 검문·검색에 나섰다. 어선에는 어린이를 포함한 북한 일가족 9명이 탑승해 있었다. 탈북민들은 대한민국 국군과 접촉하자마자 귀순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하나원 수료 후 한국 사회에 합류했고, 지난해 12월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 나서 탈북 과정 등을 설명했다. 올해 3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연합(UN) 인권이사회에 참석해 북한의 빈곤 실상을 폭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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