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한 가전업계 고위 관계자가 중국 가전의 국내 시장 공략에 대해 질문하자 이렇게 말했다. 중국 기업이 저렴하고 불완전하다는 이미지를 벗고, 하이엔드(고급)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우리 가전의 텃밭이었던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점차 중국 기업의 공습이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몇년 간 상황이 바뀌었다. 하이센스나 메이디, 하이얼 등 주요 기업이 수백만~수천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거대한 내수시장에 기반한 매출·점유율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는 것이 주된 홍보 방법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이나 이탈리아 캔디, 일본 산요 등 고급 브랜드도 줄줄이 사들이며 시장 장악에 열을 올린다.
현 상황에서 돌파구는 브랜드 경쟁력 강화다.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는 가장 강력한 구매 요인이다. 연결성이나 디자인, 플랫폼 등 중국이 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고, 우리 가전만의 브랜드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IBE는 지난 4월 삼성·LG를 '2024 최고의 가전 브랜드'중 하나로 꼽았다. 브랜드의 힘을 인정받은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은 "브랜드 파워가 한순간에 쌓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제품·가격 경쟁력에 더해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가치 있는 제품을 넘어 가치 있는 브랜드로 더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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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수첩 /사진=오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