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10일 대북확성기 방송을 명분으로 무력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총을 직접 겨누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10일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날 새벽 담화를 내고 "국경지역에서 확성기 방송 도발이 끝끝내 시작된 것"이라며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한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이미 경고한바대로 지난 8일 밤과 9일 새벽시간에 기구 1400여개로 휴지 7.5t(톤)을 한국 국경 너머로 살포했다"며 "뒤져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빈 휴지장들만 살포했을 뿐 그 어떤 정치적 성격의 선동 내용을 들이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남한탓…무력도발 명분쌓기?
2000년 이후 대북(對北) 심리전 중단과 재개/그래픽=이지혜
김 부부장은 "대한민국의 지저분하고 유치한 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나는 서울이 더 이상의 대결 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고 자숙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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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9일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는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확성기가 철거된 이후 약 6년 만이다.
대북확성기 방송은 K팝 등 한류 문화의 우수성을 비롯해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내용 등으로 구성된다. 소리가 잘 전파되는 저녁 시간에는 최대 30㎞ 밖에서도 방송 소리가 들려 젊은 세대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김정은 정권에 가장 치명적인 심리전 수단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김정은 정권은 2015년 8월 경기도 연천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겨냥해 14.5㎜ 고사총 1발과 76.2㎜ 평곡사포 3발을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은 포탄 발사 추정 지점을 향해 155㎜ 자주포 29발로 대응 사격에 나서며 준전시 상태까지 악화한 전례가 있다. 당시 남북은 무박 4일 간의 마라톤 담판을 펼쳐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안을 합의한 바 있다.
尹대통령 5박7일 순방길…남남 갈등 유발 위해 도발할 수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환송 나온 국민의힘 지도부와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5박7일 일정으로 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해 에너지와 인프라, 핵심 광문 분야 등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 사진=뉴스1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에 대해 "(김여정이 언급한) 새로운 행동은 비무장지대(DMZ)의 중무장화와 성동격서 전략이 될 것"이라며 "소리는 DMZ의 확성기에서 내고 실제 싸움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양 교수는 "이전 김여정 담화와 비교했을 때 표현과 수위가 낮은 점을 고려하면 심리전이 중지되길 기대하는 측면도 상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도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중앙아시아 3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까지 관련 대비태세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