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가정인데 3인 가구 맞춰라? 공공주택 면적제한에 공실만 는다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2024.06.1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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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인천 검단 공공임대주택에서 100세대가 넘는 공실이 발생했다. 3인 가구 이상이 아니면 신청할 수 없는 평형을 청년과 신혼부부, 한부모가정 등에 공급해서다. 올해 초 정부가 내놓은 임대주택 면적제한 때문에 정작 필요한 수요자들은 주택을 공급받지 못하고 공실이 넘쳐나는 실정이다.

10일 LH청약플러스에 따르면 인천 서구 당하동에 위치한 검단AA35-1블록 행복주택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입주자를 모집했다.



공급물량은 25A·B·C·D, 36A·B·C, 44A형 등 총 855세대다. 이중 대학생·청년을 대상으로 한 25D형 8세대 모집에 758명이 접수하는 등 신청자가 몰렸다.

하지만 가장 큰 평형인 44A형은 298세대 공급에 169명이 신청해 미달됐다. 접수가 미달된 가장 큰 이유는 세대원 수 요건에 따른 면적제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라 현재 공급가능한 면적은 △1인가구 전용면적 35㎡ △2인가구 전용 25㎡ 초과 44㎡ 이하 △3인가구 전용 35㎡ 초과 50㎡ 이하 △4인가구 전용 44㎡ 초과 등이다.



공고문에 따르면 해당 주택 44A형 전용면적은 44.58㎡다. 2인 가구는 신청할 수 없는 면적이다. 그런데 44A형 공급물량 총 298세대 중 68세대가 대학생·청년 계층에, 200세대가 신혼부부·한부모가정 계층에 배정됐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청년이나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 등만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다. 특히 만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만 신청 가능한 한부모가정 계층은 조부모가 세대원이 아닌 한 3인 가구를 충족시키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행복주택은 일반공급 물량 중 같은 공급형별로 청약미달인 계층의 공급물량을 다른 공급대상 계층으로 전환해 공급한다. 예를 들어 25A형 일반공급 물량 중 대학생·청년 계층 주택이 남으면 신혼부부·한부모가족→주거급여수급자→고령자 순으로 전환, 추첨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44A형은 계층을 전환해도 남는 물량이 신청자 수보다 많다. 100세대 넘는 호실이 공실로 남게 된 셈이다. 공공주택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윤인한씨는 "과거에는 1인가구만 40㎡ 이하 면적제한이 있었는데 소형 면적 공실이 늘다 보니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세대원 수 요건을 만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미 면적이 작아서 안 들어가는 유형에 조건까지 붙으면서 공실은 늘고 필요한 사람은 공급받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넘치는 공실을 해소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사업자는 남은 주택에 대해 입주자 자격을 일부 완화하거나 선착순 등 방법으로 입주자를 선정할 수 있다. 이때 사업자는 면적제한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최초 공급 후 발생한 공실에 대해서는 세대원 수와 관계없이 원하는 평형에 접수할 수 있는 공고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자격완화 공고는 통상 주택 준공 후 최소 3개월~6개월 이상 공실이 지속된 경우 가능하다. 해당 주택 입주예정시기는 내년 8월이다. 자격완화 공고를 낼 수 있는 내년 말까지 최소 1년 6개월 동안은 100여 세대가 공실로 남게 된다.

면적제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국토교통부도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이르면 상반기 중 대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LH 관계자는 "공공주택 공실 요인은 해당 지역 수요, 소득 기준 등 복합적이기 때문에 면적제한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면서도 "국토부가 면적제한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공고에서는 이를 반영해 주택 공급을 더 실효성있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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