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미들 '줍줍' 하루 만에 -90%…"사라" 그 주식들 공통점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4.06.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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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영상=게티이미지뱅크영상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영상=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투자자가 많이 매수한 뒤 주가가 폭락한 해외 주식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본지가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유명인이나 유명 금융회사를 사칭한 리딩방에서 추천해 대규모 매수세가 몰린 뒤, 하루이틀 만에 주가가 80~90%대 폭락한 해외 주식 14개 종목을 분석했다.

이들 종목에는 폭락 전후 한달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매수세가 몰렸다. 중국에 본사를 뒀거나 임원이 중국계 인사였고, 법인 등록지는 모두 조세 회피처로 불리는 영국령이었다. 한주당 가격이 1000원 미만으로 저렴하고 시가총액도 작은 소형주가 대다수였다. (관련 기사: 한국인들 '줍줍'했는데 하루 만에 '-90%'…홍콩 주식의 수상한 폭락)



①아무런 호재도 악재도 없이 하루 만에 80~90% 폭락
국내 투자자가 많이 매수한 해외 주식이 하루이틀 만에 폭락하는 일은 1년이 넘도록 반복된다. 지난해 12월27일에는 홍콩 증시에서 기업 세 곳의 주가가 하루 만에 80~90%대 폭락했다. 홍콩항셍지수는 1%대 올랐지만 키즈테크홀딩스(HK:6918)는 90%, 드림이스트그룹(0593)은 87.14%, 슈퍼스트롱홀딩스(8262)는 93.99% 떨어졌다.

그로부터 2주가량 전인 지난해 12월15일 나스닥에서도 기업 두 곳의 주가가 하루 만에 폭락했다. 마찬가지로 나스닥종합지수는 강보합세를 보였지만 샹송인터내셔널홀딩(CHSN)은 87.85%, 메종솔루션스(MSS)는 83.56% 내렸다. 이들 기업은 모두 공시 상으로 특별한 호재도 악재도 없었다.



폭락 전후로는 국내에서 대규모 매수세가 몰렸다. 키즈테크홀딩스, 드림이스트그룹, 슈퍼스트롱홀딩스는 폭락 전후 1개월(지난해 11월27일~지난 1월27일)간 도합 1714만2114달러(약 235억9611만원)의 매수세가 몰렸다. 샹송인터내셔널홀딩과 메종솔루션스도 국내 투자자가 폭락 전후 1개월(지난해 11월15일~지난 1월15일)간 1억1270만달러(약 1551억4163만원)어치를 매수했다.

이외에도 홍콩 증시에서 지난해 4월 오아집단(2427), 7월 지신그룹홀딩(2187), 8월 혜도그룹(8238), 9월 굉기그룹(1718), 12월 항익홀딩스(1894), 지난 1월 중보신재그룹(2439)이 하루이틀 만에 폭락했다. 나스닥 시장에서도 지난 1월 이홈하우스홀딩스(EJH), 2월 마이크로클라우드홀로그램(HOLO), 5월 모바일-헬스네트워크솔루션스(MNDR) 등이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②1주가 1000원 미만…증권가 분석 없는 소형주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해외 주식 리딩방에서 추천한 종목은 모두 현지 증권사의 분석이 없는 소형주였다. 통상 국내에서도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 주식은 소형주로 분류된다. 본지가 파악한 기업 14곳의 시가총액은 2곳을 제외하고는 한화로 1000억원 이하였으며, 200억원 이하가 과반수인 9곳이었다. 특히 3곳의 시가총액은 100억원도 되지 않았다.


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소형주이다 보니 주가 회복도 요원하다. 해외 주식 리딩방이 찍은 종목이 폭락한 지 길게는 1년이 넘었지만 주가가 회복된 종목은 한 곳도 없었다. 폭락 이후 주식의 액면가를 인상하는 주식병합을 한 기업도 있었지만 주가가 3000원을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었고, 11곳은 1주당 가격이 1000원도 되지 않았다.

일부 기업은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다 폭락 이후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폭락한 키즈테크홀딩스는 연례 사업보고서 제출을 연기해 지난 4월2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같은 날 폭락했던 드림이스트그룹은 홍콩고등법원으로부터 청산 명령을 받고 지난 3월11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③중국과의 연관성, 법인 등록지는 '영국령 조세 회피처'
이들 기업은 모두 중국과 연관이 있는 기업이었다. 업종은 건설, 출판, 의료, 식품, 유통, 소프트웨어 등 다양했지만 중국에 본사를 뒀거나 최고경영자(CEO), 주요 임원이 중국계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만 법인 등록지는 모두 조세 회피처로 불리는 영국령(버뮤다제도 1곳, 케이맨제도 13곳)이었다.

중국 기업이 케이맨제도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뒤 해외에 상장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심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265곳 중 166곳은 중국 정부의 외국자본 투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이와 같은 가변이익실체(VIE) 방식을 이용해 상장했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외국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동시에 규제당국의 감시에서도 보다 멀어진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VIE 구조는 일종의 계약 통제 방식으로 중국 기업들이 자국의 법과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만든 합법과 불법을 왔다 갔다 하는 구조"라며 "케이맨제도 등이 조세 회피 지역이기도 한 만큼 큰돈이 오가도 찾기 힘들고 감시에서 자유롭다는 이점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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