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풍선 3차 살포에 결국 北으로 K팝 공격 재개...9년전 포격전 재발?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한정수 기자 2024.06.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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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뉴시스] 홍효식 기자 =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재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9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국 측 초소 오른쪽으로 대북 확성기 관련 군사 시설물이 보이고 있다. 2024.06.09.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파주=뉴시스] 홍효식 기자 =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재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9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국 측 초소 오른쪽으로 대북 확성기 관련 군사 시설물이 보이고 있다. 2024.06.09. [email protected] /사진=홍효식


북한이 세 번째로 대남 오물풍선 도발을 자행하자 정부가 대응 차원에서 최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강력한 대북 심리전 수단을 활용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의 대응에 따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북한에 단호한 대응을 하되 동시에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송출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앞서 북한이 두 차례 오물풍선을 살포하자 추가 도발할 경우 확성기 방송을 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의 전체 효력을 정지해 법률상 제한 없이 대북 방송을 할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계속 밀리니 강대강 대치 구도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5월부터 약 1년 간 군사정찰위성을 4차례 발사한 데 이어 각종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는 등 도발을 이어왔다. 확성기 방송을 결정한 직접적 계기는 오물 풍선 살포지만 이를 통해 일련의 도발까지 끊어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대북 확성기는 북한 정권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전 수단으로 평가된다. 국군심리전단은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남북 접경지대에 '북한 김씨 일가'의 실태를 고발하고 이른바 K팝 등 가요를 송출한다. 이 소리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20~30km까지 들려 대북 전단보다 효과적이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따라 확성기가 철거되기 전까지 군은 전방 지역에 이동식 장비 16대, 고정식 장비 24대를 운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 확성기는 북한의 행동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며 "정부가 대북 확성기 송출을 '디폴트'로 해놓고 이후 북한의 도발이 제어되면 확성기 사용을 줄이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도 '대남 확성기'로 대응하겠지만 양측이 얻어가는 이득은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확성기를 민감하게 여기는 만큼 무력을 통한 보복이 돌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확성기 사용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가 확성기 방송을 하면 북한도 할 것"이라며 "악순환에 빠져들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NLL(북방한계선)이나 휴전선 등에서 돌발 사태가 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북한이 대북 확성기를 '조준 타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은 정권의 인권유린 등을 거론하는 확성기 방송을 체제 위협으로 규정하고 포격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육군 부사관 2명이 2015년 8월 4일 북한이 설치한 목함지뢰를 밟고 중상을 입은 사건이다.


우리 군은 이 사건에 대응해 약 5년 만에 확성기를 틀었다. 이에 북한이 경기 연천군 제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겨냥해 고사총 1발과 평곡사포 3발을 발사했다. 이에 국군도 포탄 발사 추정 지점을 향해 자주포 29발을 쏘는 등 대응했다. 이후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했고 남북은 전면전 일보 직전까지 갔다.

군 당국이 2018년 9.19 합의 이후 6년 간 중단된 백령도 등 서북도서와 군사분계선(MDL) 일대 접경지역 훈련을 이달 중 재개하는 것도 남북 관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군은 훈련 준비를 가속하면서 확성기 방송에 따른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관하고 북한이 방송 재개를 빌미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박 교수는 "정부도 무력 충돌을 염두에 두고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것"이라며 "다만 북한은 2015년 8월25일 목함지뢰 사건에 결국 유감을 표명했다. 대북 확성기로 북한을 통제한 결과다.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되 군사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조치들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우리 정부가 갈등을 줄이기 위한 역할도 해야 한다"며 "3차 오물풍선이 북한 잘못이긴 하지만 남한에서 몇몇 탈북민 단체가 공개적으로 전단을 보낸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했다.

이어 "(권위주의적인) 북한은 '정부의 묵인이 있으니 전단을 보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몇몇 단체 때문에 국민과 군 장병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재고해봐야 한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발휘돼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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