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원가예금에 기관 영업도 가능…은행권, 시도금고 쟁탈전

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2024.06.0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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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계약 앞둔 주요 지자체 시금고 현황/그래픽=김다나새 계약 앞둔 주요 지자체 시금고 현황/그래픽=김다나


시도금고 선정을 놓고 은행권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올해 말 부산시·광주시에 이어 내년 초에는 연 40조원 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경기도 금고 선정이 예정돼있다. 시도금고를 유치하면 대규모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할 수 있고 관련 기관 영업도 가능해 은행권은 사활을 걸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부산시는 연간 약 16조원에 달하는 시금고를 운용할 금융기관 선정에 나선다. 이번에 선정된 시금고 은행은 내년 1월1일부터 4년간 부산시의 예산을 관리하게 된다. 현재는 BNK부산은행이 1금고, KB국민은행이 2금고를 맡고 있다. 1금고는 시 일반회계와 18개 기금 등 시 예산의 약 70%를, 2금고는 공기업특별회계와 기타 특별회계 등 나머지 30%를 취급한다.



광주시도 올해 연간 약 7조원 예산을 관리하는 시금고 은행을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광주시 1금고는 광주은행, 2금고는 국민은행으로 올해 12월31일 약정이 끝난다. 여기에 내년 3월에는 서울시 다음으로 예산 규모가 큰 경기도 금고 계약이 만료된다. 경기도의 올해 예산은 36조1211억원으로 전년(33조8105억원)에 6.8% 늘어나 차기 금고은행이 관리할 예산은 연간 4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또 시군구 금고 선정까지 합치면 올해 말 금고 은행을 바꾸는 지방자치단체는 66곳이다. 전년 39곳의 두 배 수준이다. 다시 대규모 장이 열리려면 서울시와 산하 25개 자치구 금고 입찰이 열리는 2026년말까지 기다려야 한다.



은행들은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에 특별출연금을 내며 일찌감치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 3월 하나은행이 부산신용보증재단에 110억원을 출연하자 곧이어 국민은행은 지난 3월 60억원에 이어 5월에도 60억원을 더해 총 120억원을 출연했다. 광주은행도 올해 광주신용보증재단에 전년보다 2배 많은 20억원을 출연했다. 경기도에선 지난 3월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200억원, 100억원을 경기신용보증재단에 출연했다.

지자체 금고로 지정되는 은행은 지자체의 예산을 비교적 낮은 원가로 조달해 출납·보관 등을 담당한다. 대규모 저원가성예금이 확보되는 셈이다. 다만 최근 지역 정치권 등의 압박으로 금고 선정 시 주요 평가항목인 '협력사업비'가 늘어나고 예치금에 부여하는 'MMDA(수시입출금식예금) 금리'가 높아지는 건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은행 기관영업 부서들은 금고 유치가 여전히 실보다 득이 많다고 보고 있다. 최근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금리 인하폭이 작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간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을 현재 마진으로 유지하는 게 손해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부산시 산하로는 부산관광공사 등 21개 공공기관이, 경기도 산하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24개 공공기관이 있다. 아울러 대형 지자체 금고에 선정되면 무형의 홍보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가계나 기업이 맡겨둔 돈과는 다르게 출납이 정해진 시기에 일정한 금액이 이뤄져 자금관리도 수월하다.

특히 은행들은 올해 지자체 금고 쟁취를 두고 더욱 절박한 상황이다. 가계대출 조절 압박이 이어지고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비이자 부문 이익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자체 금고 영업은 임원들의 성과로도 직결된다.

한 시중은행 기관 영업 담당자는 "최근 수십 년 이어져 온 은행들도 교체되고 있는 만큼 새로 계약을 따내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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