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 4년 전엔 10%도 참여 안해"…4번째 의협 총파업, 이번엔?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4.06.0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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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왼쪽 첫번째) 등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뉴스1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왼쪽 첫번째) 등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뉴스1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집단휴진을 예고했지만 실제 파업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개원의들의 경우 총파업에 참여했다가 자칫 경영난을 겪을 수 있어 쉽게 집단휴진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9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을 선포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오는 18일 전면 휴진에 들어가고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이 실제 집단 휴진에 나서면 이번이 역대 4번째 의료 총파업이 된다. 의협은 2000년과 2014년, 2020년 각각 의약분업과 원격진료, 의대증원 이슈로 총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의협은 이번 단체행동 투표율이 역대 가장 높다며 "의료농단 저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투표에는 유효 투표자 11만1861명 중 63.3%인 7만800명이 참여했다. 그 중 90.6%(6만4139명)이 강경 투쟁을 지지했고 73.5%(5만2015명)이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실제 의협의 집단휴진 파급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대다수다. 의협에는 개원의 회원이 많은데 2020년에도 의협이 집단휴진을 선언했을 때 개원의 파업 참여율이 10%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당시 전공의의 집단행동 참여율이 80%를 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개원의의 경우 집단휴진에 참여했다가 경영난을 겪을 우려가 큰 점이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보는 배경으로 꼽힌다. 매달 직원 월급과 임대료 등 고정비가 드는데 집단휴진에 참여하면 손해가 클 수 있어서다. 집단휴진에 참여했다가 지역 내 평판이 안 좋아져 경영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2020년 총파업 때 일부 지역 커뮤니티에서 파업 참여 병원 명단을 공유하며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또 앞서 의협이 의대증원에 반발해 지난 4월1일 개원의들의 진료축소(주 40시간 이내)로 집단행동에 나섰지만 의료현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내년도 의대 정원이 이미 확정돼 총파업으로 상황을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점도 파업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의협 내부에서도 파업을 실행할 명분이 약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부 의대 교수들이 의협 총파업에 동조해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 7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가 총회를 열고 "의협의 투표 결과에 따라 9일 발표될 집단행동 방침을 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낮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의료 현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의대 교수가 본인의 환자를 두고 병원을 떠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도 의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병원을 떠난 사례가 비교적 많지 않았다.

이와 관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료개혁 브리핑에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시 의료계에서 총파업을 했었는데 그때 개원의의 경우 10% 미만의 집단휴진 참여율을 보였다"며 "저희는 휴진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집단휴진은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또 "그것(의협 총파업)이 최종 결정되고 시행되기 전까지 의료계를 적극 설득하고 대화를 나누도록 하겠다"며 "비상진료대책은 지금 보완 시나리오가 있는데 그것도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보완 대책을 시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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