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후죽순 국회의원 연구모임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4.06.10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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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유동일 기자 eddie@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홍수에 이를 지경이에요." 최근 기자와 만나 한 초선의원은 요즘 국회의원 연구단체 활동 제안이 밀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의원 한 명당 가입할 수 있는 최대 한도인 3개를 채운 상황에서 추가로 들어오는 제안들을 정중히 거절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제안을 뿌리치기 어려워 준회원으로 가입한 곳도 꽤나 있다고 했다.

22대 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의원 연구단체들도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의원 연구단체는 1994년 14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연구단체 지원규정'이 제정되며 첫 발을 뗐다. 정책개발과 의원입법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의원들이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활동을 하는 것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단체는 2개 이상 정당의 의원 10인 이상으로 구성되며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한 해 예산은 13억원 정도다.



그런데 이들 연구단체가 당초 취지에 따라 구성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회의원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장·원내대표 등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거나,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이들이 세력화를 위해 단체를 만드는 경우가 적잖아 보인다. 구성원 모집에서도 관련 분야 전문성이나 경력보단 친소관계가 우선 작용하는 듯하다. 개인적 인연을 빌미로 단체 가입을 부탁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선들 중엔 본인이 가입서를 낸 단체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의원 연구단체들의 부실 문제는 한두 해 문제가 아니었다. 국회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매해 연구단체 수는 늘어나는 추세인 데 반해 활동 실적은 초라했다. 물론 수소경제포럼·글로벌외교안보포럼과 같이 국회 안팎으로 왕성히 활동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내온 단체들도 있지만, 4년 동안 제출한 연구보고서가 불과 1~2건에 그치는 곳들도 적지 않다. 배정받은 예산의 10분의 1 수준만 사용하거나 지난해 활동이 영화관람 1건에 그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곳도 있다.



의원 연구단체가 본령인 정책 연구나 의정 활동 지원이 아닌 다른 목적에 이용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다음달이면 22대 국회 의원 연구단체의 등록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기자의 이런 우려가 현실이 아닌 기우에 그치길 바랄 뿐이다.

오문영 정치부 기자.오문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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