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어쩔 수 없다" 과정만 본 무명 골퍼 '선두 질주', 5년 고생 끝낼 운명의 4R가 온다 [양산 현장]

스타뉴스 양산=안호근 기자 2024.06.0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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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민이 8일 KPGA 선수권대회에서 티샷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이규민이 8일 KPGA 선수권대회에서 티샷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5년의 고생이 끝을 볼까. 이규민(24·우성종합건설)이 한국프로골프(KPGA) 최고 권위 대회에서 드디어 커리어 첫 우승을 노린다.

이규민은 8일 경상남도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제67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 3라운드에서 보기 6개와 보기 2개를 엮어 4언더파를 적어냈다.



중간 합계 12언더파 201타를 기록한 이규민은 이날 2타를 줄여 11언더파 202타를 기록한 단독 2위 전가람(29)을 한 타 차이로 제치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첫 날 4언더파에 이어 2라운드에도 4타를 줄여 공동 2위로 전가람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른 이규민은 정반에만 버디 4개를 잡아냈다. 송곳과 같은 아이언 샷감과 퍼트 감각이 뛰어났다.



후반에도 2타를 줄였지만 굵어진 빗줄기 탓인지 연이은 실수가 나왔다. 16번 홀(파4)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홀까지 거리가 15m 이상 남았다. 뛰어난 거리감으로 버디 퍼트를 홀 1m 근처에 붙였지만 이마저 놓치며 한 타를 잃었다.

이규민이 드라이버 티샷을 치고 있다. /사진=KPGA 제공이규민이 드라이버 티샷을 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이어 17번 홀(파3)에선 티샷이 러프로 향했고 어프로치 샷도 짧게 떨어지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파 퍼트가 홀 오른쪽으로 흘러 후반 홀을 이븐파로 마쳤다.

그럼에도 단독 선두로 3라운드를 마쳤다. 선두권에 있던 어떤 선수보다도 흔들림 없는 견고한 플레이를 펼친 결과였다.


2016~2017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친 이규민은 2017년 '제28회 전국 중고생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뒤 그 해 국내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출전하며 주목을 받았다.

2018년 투어에 입회해 이듬해 2부 투어 우승을 차지한 이규민은 2020년 본격적으로 1부 투어에 뛰어들었지만 10개 대회 중 2개 대회에서만 컷 통과해 시드 유지를 실패했다. 이후 KPGA 투어 QT에서 수석 합격을 해 2021년 다시 투어 시드를 확보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무명 골퍼'에 지나지 않았다. 70차례 투어 대회에 나섰지만 2022년 6월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올 시즌엔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챔피언조로 마지막 라운드를 치렀지만 결과는 공동 10위였다. 지난달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공동 7위가 시즌 최고 성적이었다.

71번째 도전한 대회에서 첫 우승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규민은 "전체적인 경기력에는 만족한다. 특히 전반 홀에서는 흐름이 좋았다. 퍼트가 뛰어났다. 후반으로 갈수록 비가 더 많이 내려 집중력이 낮아졌다"면서도 "하지만 어려운 홀에서 보기를 한 것이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강수량이 많아지는데도 코스 내에는 물이 고이지 않았다. 에이원CC의 배수 시설에 깜짝 놀랐다"고 웃음을 지었다.

강한 임팩트의 티샷을 날리는 이규민. /사진=KPGA 제공강한 임팩트의 티샷을 날리는 이규민. /사진=KPGA 제공
올 시즌 2번째 챔피언조로 나서는 4라운드. 이규민은 "개막전에서는 결과만을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에 쫓겼다"며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결과를 생각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과정에 집중하겠다. 과정은 만들어낼 수 있지만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 쳐도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나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개막전처럼 쫓는 위치도, 단독 선두로 쫓기는 입장도 모두 불편하다고 밝힌 이규민은 우승 상금 3억 2000만원을 두고 치열한 혈전을 벌인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이번 대회는 총상금이 16억원으로 불어났다. 우승자에겐 제네시스 포인트 1300점과 투어 시드 5년(2025년~2029년)가 주어지고 우승자가 원할 경우 대회 영구 참가 자격까지 주어진다. 우승 경험이 없고 시드 자격 유지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규민에겐 더 없이 간절한 4라운드가 될 예정이다.

더불어 이번 대회 3,4라운드는 10년 만에 2인 1조 원웨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엔 통상 IN·OUT 코스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보다 빠른 진행을 위함이다.

그러나 미국프로골프(PGA)의 메이저대회 '디오픈 챔피언십', '마스터스' 등 메이저대회는 원웨이 방식을 고집한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진행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환경에 따른 변수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규민은 "내가 생각한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며 "원웨이로 경기하니까 매치플레이 방식 대회 같다. 투웨이로 진행했을 때보다 더 집중해 플레이하게 된다. '한 홀에서 실수가 나오면 다음 홀에서 이겨내면 된다'라는 생각을 갖고 최종라운드에도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티샷을 날리는 이규민과 지켜보는 갤러리들. /사진=KPGA 제공티샷을 날리는 이규민과 지켜보는 갤러리들. /사진=K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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