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25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발사장에서 1차 발사를 앞두고 있는 나로호의 모습. /사진=여수 MBC Prime 유튜브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대한민국 최초 우주발사체 로켓 '나로호'가 엄청난 화염을 뿜으며 발사됐다. 약 10개월 전 1차 발사가 실패로 이어지면서 두 번째 도전에 돌입한 것이다.
그러나 기대도 잠시, 발사 137초 후인 오후 5시 4분쯤 70㎞ 상공에 있는 나로호와 교신이 단절됐다. 약 한 시간 뒤 안병만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나로호가 비행 중 폭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나로호 2차도 실패였다.
2010년 6월10일 2차 발사 당시 상공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이는 나로호./사진=여수 MBC Prime 유튜브
2009년 1차 발사에 실패하고 2차에선 성공하리란 기대가 컸지만,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곧바로 한-러 공동 사고조사단을 구성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폭발의 원인은 △상단 비행 종단시스템(FTS)의 오작동으로 상단부 킥모터(우주공간에서 작동하는 추진기관)가 연소 △산화제 누출로 발화 △두 개 구조물을 결합하고 필요에 의해 분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폭발 장치인 '폭발볼트'가 오작동 등 다양하게 추정됐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는 찾지 못했고 공동조사단은 이전 실패를 토대로 3차 발사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스페이스 클럽' 11번째 국가, 대한민국2년 넘는 기간 동안 시행착오 끝에 2013년 1월 30일 3차 발사가 이뤄졌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오후 4시 정각에 발사된 나로호는 9분 뒤 정상궤도에 진입했고 발사한 지 약 1시간 만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성공을 공인했다.
발사 2시간 뒤인 오후 6시엔 노르웨이 트롬소 수신국에 전파 신호를 보내며 정상 작동을 알렸고, 다음 날 오전 3시 28분쯤 카이스트 인공위성센터가 최초 교신에 성공했다.
2002년부터 항우연이 개발에 착수, 2009년(1차 발사)과 2010(2차 발사)을 거쳐 이뤄낸 결과다. 이로써 한국은 스스로 로켓을 개발해 위성을 우주에 띄운 '스페이스(우주) 클럽' 11번째 국가가 됐다.
2013년 1월30일 3차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 /사진=여수 MBC Prime 유튜브
반면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개발 및 연구가 느렸던 한국은 인공위성을 보내기 위해 해외 우주발사체를 사용해왔다. 국가 간 기술이전도 제한이 있어 자체 개발을 하는 데는 기나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 측면에서 나로호는 우리만의 독자 기술로 발사체를 만드는 데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해 준 디딤돌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발사장인 나로우주센터 구축, 발사체 개발 전 과정을 겪으며 기술 체득 등 다양한 경험이 가능했다.
항우연에 따르면 국내 발사체 기술 수준은 나로호 착수 이전 선진국 대비 46%에서 83%로 크게 향상됐다.
가장 뜻깊은 성과는 대한민국 최초의 저궤도 실용 위성 발사용 로켓 '누리호(KSLV-Ⅱ)' 탄생이다. 누리호는 나로호에서의 경험을 발판 삼아 설계, 제작, 시험 등 전 과정이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됐다. 시험 발사였던 2022년 2차에 뒤이어 실용위성 탑재 발사였던 3차 발사도 지난해 5월 25일 오후 6시 24분 가뿐히 성공했다.
누리호는 오는 2027년까지 3차례 추가 발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5월25일 오후 6시24분 3차 발사되고 있는 누리호.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