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中전기차 관세...美·EU 시장 막힌 채 성장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4.06.0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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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과 샤를 미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4.03.2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과 샤를 미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4.03.2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이 중국산 전기차 진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다음달 내놓는다. 내수 시장 포화에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던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게는 자동차 양대 시장이 막히는 비상 사태다. 관세 우회를 위해 제 3국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외신에 따르면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다음달 4일부터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잠정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세율은 다음 주 기업들에 비공개로 통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EU가 현재 중국을 비롯한 수입차에 부과하는 관세는 10%이지만, 불법 보조금 관련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평균 19%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19% 이상의 관세 부과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EU가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매기는 것은 저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파괴할 것을 우려해서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의 전기차 '시걸'은 1000만원 대로 유럽과 미국에서 생산하는 그 어떤 전기차보다 저렴하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위원회 위원장은 10년 전 태양광 부문이 거의 전멸한 것처럼 유럽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전기차의 '홍수'가 유럽 자동차 산업을 멸종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이유로 미국은 지난달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4배 올렸다.
(쑤저우 AFP=뉴스1) 강민경 기자 = 중국 장쑤성 동부 쑤저우항 국제컨테이너터미널에 수출 대기 중인 비야디(BYD) 전기차들이 쌓여 있다. 2023.9.1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쑤저우 AFP=뉴스1) 강민경 기자(쑤저우 AFP=뉴스1) 강민경 기자 = 중국 장쑤성 동부 쑤저우항 국제컨테이너터미널에 수출 대기 중인 비야디(BYD) 전기차들이 쌓여 있다. 2023.9.1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쑤저우 AFP=뉴스1) 강민경 기자
중국은 미국과 EU의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의 반발 배경에는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점이 거론된다. 중국 전기차 내수 시장이 서서히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어 해외 진출이 불가피한데,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 두곳이 한꺼번에 막히는 상황은 중국에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BYD의 지난해 판매량은 302만4000여대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9위다. 모두 친환경차인데다가 매년 판매량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10위권 안까지 들어왔다. 그러나 BYD의 지난해 해외 판매량은 24만3000여대로 전체 판매량의 8.1%에 불과하다. 사실상 내수 기반으로만 성장세를 유지해 온 셈이다. 전기차 수요는 한정돼있고 중국 경제가 침체를 맞을 경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생존 불확실성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비해 훨씬 큰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업체들은 유럽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북미 진출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했다. 그러나 관세 부과가 확실시되자 전략을 수정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동남아 및 중남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의 자회사 FDI마켓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월에서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중국 제조·물류 기업의 멕시코 신규 투자 건수는 41건, 베트남 투자 건수는 39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연간 수치로 멕시코와 베트남 모두 중국의 대미 투자 건수를 웃돈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 중에는 국영 기업인 상하이자동차(SAIC)의 멕시코 법인이 발표한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다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과 미국 두 시장을 제외하고 성장을 꾸준히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판매 둔화는 이미 가시화된 상황에서 양대 자동차 시장에 빗장이 걸린 채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가 미래 자동차 업계를 좌우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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