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GBC 부지의 모습.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7일 서울시에 따르면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5일 잠실·삼성·대치·청담동(잠삼대청) 14.4㎢의 토허구역 재지정 결정을 보류하고 조만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위원회에서 재지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와서다.
그간 사유재산 침해 논란에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 온 서울시 기류가 달라진 것은 일대 개발사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GBC 설계변경을 두고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이 갈등을 빚으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이 원하는 대로 기존 105층을 55층으로 낮추려면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는 지난주 현대차그룹에 협상단 명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2주 안에 답변을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만일 현대차가 응하지 않을 경우 시는 '사전협상 취소'라는 초강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과 잠실MICE 사업에도 차질이 생긴다. 영동대로 개발사업과 잠실 MICE 사업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에는 GBC 사업에 따른 현대차그룹 공공기여금이 쓰인다. 사전협상 취소로 GBC 건축허가 및 종상향까지 취소되면 현대차그룹이 공공기여금을 낼 이유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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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구역 지정 이유인 개발사업이 흔들리면서 재지정 명분도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토허제가 연장된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은 재건축 구역이니까 투기를 제한해야 하는 명분이 있었다"며 "삼성동이나 잠실동은 대규모 개발사업 때문에 토허구역으로 지정한 곳인데 최근 사업들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고민이 시작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당장 토허구역 지정을 해제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아직 해제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며 "삼성동, 잠실동 등을 전면적으로 해제하면 일종의 신호탄이 돼 다른 지정 구역까지 해제될 것이란 애매한 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지금까지 토허구역 지정을 유지해왔는데 이슈 때문에 일부 지역을 해제할 수는 없다"며 "토허구역 지정 논의를 인근 개발사업과 엮는 건 확대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