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EO
얼마 전 예능인의 고정출연 예능 개수에 대해 전현무가 한 말이 있었는데 전현무는 아마 콘텐츠 화제성을 조사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출연자 분석을 인용한 듯하다. 당시 지난해 전현무가 고정 출연 중인 프로그램이 총 21편으로 모든 연예인 중 가장 많았다. 그에 이어 붐과 장도연이었는데, 붐은 TV조선을 비롯한 ‘어르신 취향’ 프로그램에 집중 출연했다. 장도연은 이보다는 훨씬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여기에 시즌이 개시되면 언제든 안방마님으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으로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리즈, 티빙의 ‘러브캐처’ 시리즈가 있다. 장르 역시 스튜디오 토크를 중심으로 쇼 버라이어티, 시사 교양, 추리 등 다양하다. 이영자나 김숙, 박나래 등 한때 예능가를 주름잡고 있는 이들의 다음을 장도연은 확실히 틀어쥐고 있다.
사진=MBC
그는 이런 매력을 바탕으로 ‘센 MC’들이 포진한 ‘라디오스타’에서 강도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살롱드립’에서도 거의 처음 보는 초대손님들을 불러 편안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해 한때 175㎝에 달하는 장신을 내세우거나, 괴상한 분장을 할 때도 있었지만 이런 부분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낼 때 장도연의 매력은 훨씬 빛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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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토크를 중심으로 하지만 바깥에서 하는 야외 예능에도 곧잘 적응한다. 이러한 특징은 벌써 세 번째 시즌이 된 티빙 ‘여고추리반’에서 빛난다. 그는 추리반 멤버 중 실제로는 박지윤에 이어 두 번째로 언니지만, ‘동급생’으로 설정된 상황에 잘 적응한다.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박지윤이나 재재 대신 리액션을 담당하지만, 항상 곤란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넘기는 방법으로 존재감을 발휘하기도 한다.
방송가 특히 개그우먼의 영역은 예로부터 ‘투쟁’의 영역으로 일컬어져 왔다. 남성 중심의 개그계 문화에서 여성은 수동적이거나 단편적인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이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융성했지만, 여성 중심의 서사가 없었던 것도 비슷한 궤를 같이한다.
사진='라디오 스타' 방송 영상 캡처
그러나 장도연의 경우에는 편안한 분위기로 특히 초대손님들의 끼를 끌어내는데 있어 강점을 보이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딱히 군중 속에서 도드라지거나 나서지 않지만, 결국에 찾아보면 가장 마지막까지 마음에 남는 사람들. 이런 장도연의 뭉근하고 조근조근한 매력은 갈수록 매체와 시청자가 ‘1대1’ 관계로 형성되는 지금의 방송에 가장 걸맞다. 어디서 봐도 좋은 편한 언니, 편한 누나, 편한 동생, 편한 딸 같은 진행자가 되기 때문이다.
장도연은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 여자 우수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한국PD대상과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에서 각각 코미디언 부문과 예능인 부문을 수상했다. 서서히 최우수상 그러니까 대상의 후보 안에 들 수 있는 역량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가 절친인 박나래에 이어 조금씩 대상에 접근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조용한 군중의 승리자, 다정한 응시자, 따뜻한 파트너. 이 시대가 원하는 다채로운 이미지로 어느새 존재감을 키운 장도연. 그의 가랑비는 어느새 우리 모두를 웃음과 공감으로 흠뻑 물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