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와 세금[우보세]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24.06.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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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세법전쟁'의 막이 올랐다. 정치권에선 연일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국회의 벽에 막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안을 다시 준비 중이다. 법인세 등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세법개정안은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새로운 국회가 열렸고, 수싸움은 시작됐다. 아직까진 전략과 전술보다 물량 공세에 힘이 쏠린다. 올해 세법전쟁의 전선이 넓어진 이유다. 다음달 말까지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내놓아야 할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깊다.

세법전쟁이 시작되던 지난달 27일 최상목 부총리가 기자간담회를 위해 기재부 기자실을 찾았다. 총 13명의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한 기자가 여러 질문을 했으니 질문은 대략 20개였다. 세법을 포함해 여러 질문이 나왔다. 그런데 독자들의 관심은 로또 이야기로 쏠렸다. "로또 1등이어도 서울에서 집을 못 산다"로 시작한 질문은 로또 당첨금 인상 가능성을 묻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최 부총리는 "의견수렴해 볼 이슈인 것 같다"고 했다.



최 부총리 발언의 앞뒤 맥락, 현장 분위기 등을 봤을 때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하지만 원론적인 답변도 활자로 전해지면 느낌이 달라진다. 의견을 들어볼 만하다는 이야기는 기재부 차원의 검토로 확대 재생산됐다. 결국 기재부는 "1등 당첨금 상향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사실 하나는 확인했다. 우리는 서울 집 한 채의 가치가 일확천금의 상징인 로또 1등보다 높아진 시대에 살고 있다.

집 한 채, 누군가에겐 투기의 대상이지만 누군가에겐 손에 쥐지 못한 꿈이다.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전 재산이다. 투기의 대상이라면 정부 개입의 여지가 생긴다. 정부가 2005년 종부세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 질서를 흔드는 부동산 시장의 '나쁜 손'은 누군가의 꿈을 꿈에 머물게 한다. 하지만 개입이 징벌로 변질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종부세는 어느덧 징벌적 과세로 불리기 시작했다. 종부세가 정점을 찍었던 2022년 주택분 종부세를 낸 사람만 119만5000명에 이르렀다.



집 한 채가 전 재산이라면 종부세의 의미는 더 옅어진다. 어느덧 서울 집 한 채의 가치는 종부세 기준을 웃돌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액이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조정됐음에도 지난해 종부세를 낸 1주택자는 11만1000명 수준이다. 로또 당첨이 꿈이듯, 집 한 채 가지는 것이 꿈이 된 사람들에겐 가혹한 일이다. 오죽하면 '부자감세'에 비판적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1주택자의 종부세 폐지를 거론할 정도다.

종부세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상속세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합한 금액은 10억원이다. 공시가격을 따지는 종부세와 달리 상속세는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서울 강북에 집 한 채 가지고 있어도 상속세를 내야 할 상황이다. 상속세는 집 한 채 가지는 게 꿈이었던 중산층에겐 가혹함의 연속이다. 복권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일본에는 "꿈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중산층의 삶이 세금에 흔들려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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