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개진 입술에 '열 펄펄' 우리 아이…심장 망치는 '이 병' 때문?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6.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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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개진 입술에 '열 펄펄' 우리 아이…심장 망치는 '이 병' 때문?


주로 5세 미만 소아에게 발생하는 원인불명의 급성 열성 혈관염, 전신에 침범하는 질병, 전 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두 번째로 많은 병, 모두 '가와사키병'을 가리키는 설명이다.

가와사키병은 전신에 혈관염을 일으키는 병이다. 5일 이상 38.5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하며 △사지 말단 부종 △눈 흰자위가 빨개지는 결막염 △입술이 빨개지고 혀가 딸기처럼 부푸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붉은 발진이 여러 모양으로 생기거나 손발이 붓고 빨개진다. 목에 임파선이 부어 볼록 튀어나오기도 한다. 다리가 아파서 잘 걷지 못하고 장에도 염증이 생겨 복통·설사·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가와사키병은 심장 합병증을 남긴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전 세계 후천성 심장병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심장에 물이 차고, 심근 수축력이 떨어지며 판막이 새는 현상이 발생한다. 심장에 혈액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늘어날 수도 있다. 관상동맥 구경이 8㎜ 이상으로 늘어나는 거대 관상동맥류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런 중등도 이상 관상동맥 병변이 생기면 어린 나이에 협심증이나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병할 수 있다.

감염 과민 반응 추정, 조기 치료 중요해
현재까지 가와사키병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아이가 바이러스 또는 세균에 감염될 경우 가와사키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가와사키병 환아는 비교적 흔한 바이러스나 세균이 많이 검출된다. 또 몇 가지 유전자(ITPKC, ORAI-1) 이상이 면역글로불린 불응성 가와사키병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와사키병은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 환자 유병률이 세계 2위다. 국내에서 가와사키병은 소아 1000명당 2명이 조금 넘게 걸린다. 윤경림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가와사키병은 소아에 흔한 다른 열성 감염병과 감별이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높은 국내 환자 비율 때문에 우리나라 의사의 가와사키병 진단 능력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강조했다.

윤경림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윤경림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가와사키병은 10일 이내 급성기 치료하면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진단 후 '면역글로불린'이라는 약을 고용량 주입하면 보통 하루 이틀 지나 열이 떨어지고 전신 증상이 개선된다. 고용량 아스피린 치료도 병행한다. 증상이 심하다면 항혈소판제인 클로피도그랠(clopidogrel), 항혈전제인 와파린(warfarin) 등을 추가할 수 있다.

관상동맥류 합병증이 발생했다면 규칙적인 경과 관찰과 함께 반드시 심장초음파 등의 검사를 해야 한다. 관상동맥 합병증이 없어도 발병 후 일정 기간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 일부 거대 관상동맥류 환아는 관상동맥우회술 등 심장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부(2~3개) 증상만 나타나는 '불완전 가와사키병'의 빈도가 높아진 만큼 보호자의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 윤 교수는 "5일 이상 해열제, 항생제가 듣지 않는 고열의 경우, 소아 심장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며 빠른 진료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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